원래 모자 너무 싫어해서 햇볕이 살인적으로 강할 때만
2~3만원대 모자 대충 썼어요.
차라리 선글래스는 겨울 빼고 늘 쓰는 편이예요.
50 중반이 된 지금 망막 치료중이라 자외선이
너무 부담스러워져서 싫더라도 모자 쓰는 습관을 갖자 싶어
오늘 큰 맘 먹고 헬렌카민스키 매장 다녀왔는데 ㅋㅋㅋㅋ
프로방스나 발랑스 같이 참하고 여자여자한 모자는
아예 관심도 없었고 운전할 때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비앙카나 사야겠다 작정하고 갔는데
안 그래도 너무 흔해빠진 비앙카 누가나 내추럴은
도저히 쓰기 싫어서 블랙과 오렌지색 써보고 있었어요.
다 무너진 턱선에 넙대대한 아짐에게 신상인 비앙카12가
챙이 더 길어져서 더 많이 가려주니 괜찮을줄 알았는데
내가 쓰니 딱 야쿠르트아짐 모자 ㄷㄷㄷ
직업비하가 아니고 진짜 모자 핏이 똑같아서
어짤 수 없이 언급해서 죄송해요 ㅜㅜ
졸지에 6만원 아끼겠네 하며 기존 비앙카 블랙 써보니
발랄한 저승사자 같구나 싶어 낙담하고 있는데
유모차를 끌고 30대 애기 엄마 둘이 들어오더라구요.
그중 한 명은 이미 커스틴 블랙 쓰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꺼 사려고 왔나본데
제가 시착하느라 테이프 붙여놓은 블랙 비앙카
신형과 구형 모두 써보더라구요.
정말 눈에 띄게 예쁜 엄마들도 아니고
걍 울 아파트 단지에도 널리고 깔린
평범한 애기엄마들이였거든요?
근데 써보는 것마다 어쩜 그리 세련되고 예쁜지 ㅜㅜ
나는 넙대대한 저승사자인데 저들은 어쩜 저리
생기발랄한데 쉬크하기까지 한걸까.
도저히 비교샷을 눈앞에서 보니 블랙 쓸 마음이 없어져
그냥 햇볕가리개다 생각하고 이클립스 어쩌구 하는
회색으로 달라고 해서 써보지도 않고 계산하고 왔어요.
아오 원래 쇼핑다녀오면 반나절이라도 기분 좋아야하는데
오늘은 허리 다리 안 쑤시는데가 없고 기분 되게 별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