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중에 독신 여성들이 좀 있어요. 저도 독신이고 이제 다들 중년이죠.
직업적으로는 대부분 괜찮은데 직장인들은 임원으로 승진하느냐 마느냐가 갈리는 시기에요.
친한 친구가 아주 좋은 외국 기업에 다녀요. 지금까지 커리어 보면 남들이 다 부러워할 만하구요.
그런데 한 3-4년 전부터 뭔가 예민하고 날이 서있어요. 원래도 본인 얘길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 때부턴 대화 자체가 잘 안 되더라구요. 무슨 얘길 해도 부정적이고 모든 말이 아니, 그게 아니고, 로 시작해요. 원래도 고집이 엄청난 친구였는데 이젠 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요. 무슨 말을 하든 자존심상한다는 반응이에요. 예를 들어 둘이 만나 다음 약속 장소로 출발하는데 거의 3시간 전에 나서자는 식이에요. 한 시간 더 있다 가도 된다고 해도 정색을 하고 굳이 지금 나가자는 거에요. 가보면 우리가 너무 일찍 와서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는거죠.
SNS도 극소수와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데, 거기 글로 유추하기로는 아마 중년의 호르몬 변화에다 직업적으로 잘나가지 못하는 점, 독신이라는 점이 우울을 가중시키는 요인 같더라구요. 주변 독신 중에 이 친구가 가장 절실하게 결혼을 원했는데 여러 이유로 잘 안 됐어요. 대신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꽤 있는데 그걸론 자존심상 만족이 안 된다고 써놨더라구요. 어머니 돌아가시고는 속 얘길 할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어머니 거의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저는 친한 친구들한테 속 얘길 꽤 하는 편이고 그런 얘길 서로 나누는 친구들이 좀 있어서 잘 이해가 안 돼요.
지금 직장에서의 상태에도 불만이 큰 것 같은데, 남들이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일거에요. 누구나 못 가서 안달하는 자리에 있거든요. 아마 지금 실적이나 승진이 원하는 만큼은 안 돼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한국에 있었으면 더 잘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하는 것 같애요. 그걸 누가 알겠어요. 한국 친구들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죠.
하여튼, 이 친구 보면 너무 생각이 많고 자존심이 강해서 중년에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다뤄야 되는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돈도 엄청 잘벌었고 치열하게 앞서나가느라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작년부터 직장 환경이 약간 바뀐 뒤로 기분이 좀 나아져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 옆에서 지켜보는 게 좀 힘들어요. 저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이 친구의 트러블 상황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 저럴 때는 좀 부드럽게 다른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텐데 싶지만 말을 해 줄 수도 없구요. 결국 인생 혼자 감당해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