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서울시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 후기(오페라덕후)

서울시오페라단 #춘희 #라트라비아타 B팀 막공

늦은후기1편(알프레도)

2024.4.28.(일) 17:00 

세종문화회관대극장

#소프라노이지현 as 비올레타 #테너손지훈 as 알프레도 #바리톤김기훈 as 제르몽 #메조소프라노김순희 as 플로라

 

#나는 2019년 5월에 처음 @jihoonson.tenor 손지훈테너를 실황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국립오페라단의 '윌리엄텔'에서 '루오디'라는 어부 역할이었다. 분량이 매우 적은 조연이었지만 오페라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여 오페라의 막을 여는 아주 중요한 배역이었다. 로시니는 단역한테 무슨 저런 어려운 노래를 시키나 싶게 노래가 고음이 엄청난 아주 어려운 노래였다. 내가 오페라를 보면서 단역인 가수에게 놀란건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다. 그렇게 작은 분량의 노래만 불렀을 뿐인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음색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음색이었다. 우와~ 저런 테너가 어째서 조연이야? 주인공을 하고도 남을 실력인데 라고 생각했고 하이C만 잘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루오디'가 아니라 주인공 '아르놀드'를 하게 될 테너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이 바닥이 꼭 실력대로 성공하는 바닥이 아니기에 그게 설마 진짜로 이루어지리라고는 나 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는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이 위대한 손지훈님께서 차이콥스키 콩쿨을 우승하시고, 유럽에서 '아르놀드'를 하시고 드디어 대한민국에서 전막 오페라의 주연을 하게 되었다. 주연도 보통 주연인가? 무려 알프레도!!! 우와!!! '알프레도'는 테너에게 특별한 명예가 있는 오페라이다. 

난 정말 이런 장면을 꼭 보고 싶었다. 내가 아무 것도 안했는데 그냥 기다리기만 했는데 내가 보고 싶었던 걸 내 눈앞에서 이루어 주는 사람이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캐스팅이 발표되고 너무 좋아서 믿을 수가 없었는데 손지훈테너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가수가 감기만 안걸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상상했던 것이 내 눈앞에서 다 이루어졌다. 1열 가운데 쯤이 내 자리였는데 손지훈테너가 중요한 노래들을 다 내 자리 바로 앞에 와서 부르더라.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손지훈테너가 바로 내 눈 앞에 와서 노래했어요. 저는 그걸 쌩귀로 들었답니다. 이런 수준의 노래에 대해서 어디가 어떻게 좋았다고 일일이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그저 그걸 다시 듣고 싶을 뿐ㅠㅠ

알프레도를 처음 하는 테너가 이 큰 무대에서 이렇게 해버린다구요? 롤데뷔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무대였어요. 노래도 연기도 알프레도를 열 번은 넘게 해본 테너같았어요. 아마 그의 집에서 연습실에서 그의 머리 속에서 수십 번 '전막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플레이 했었나봅니다. 

아마 그의 꿈 속에서도 알프레도가 플레이되고 있었을테지요.

'우와! 손지훈테너가 칼을 갈고 나왔구나.'

오페라가 끝나고 막이 내려오고 관객이 퇴장했고

나는 감격했다. 

내가 노래한 것도 아닌데 무슨 감격이란 말인가? 감동이라면 또 몰라도 ㅠㅠ 암튼 몹시 감격한 나는 괜시리 울컥해서 울뻔했다. 아름다운 오페라였다.

 

2편

♡서울시오페라단의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완소 오페라로 남을 것이지만 너무 큰 아쉬움도 남았는데 첫째는 도저히 시간이 안나서 A팀을 못봤다는 것이고, 둘째는 손지훈테너가 이렇게 잘할 줄 알았으면 무리해서라도 금요일B팀 첫공도 봤어야 하는건데 일요일 B팀 막공 한번 밖에 못 본게 너무 아쉽다. A팀에 이혜정소프라노가 비올레타로 캐스팅 된걸 보고 넘나 좋아했는데 결국 보질 못했다. ㅠㅠ. 다음에 꼭 기회가 있길 바란다. 올해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페라축제에 작년처럼 서울시오페라단 작품이 하나 내려갔음 좋겠다. 어제 후기 1편에서 손지훈테너의 알프레도를 말했으니 오늘은 @jihyun_cecilia_lee 이지현소프라노가 노래한 비올레타에 대해 말해보자. 결론부터 말한다면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오페라와 콘서트 실황에서 본 비올레타 중 가장 좋았다. 비올레타는 리릭스핀토소프라노들이 주름 잡고 있는 롤이고 때로 드라마틱소프라노들도 비올레타를 노래하지만 노래 개쩌는거 보다 캐릭터를 더 중요시하는 나에게는 그런 비올레타들이 너무 쎄다는 생각을 늘 지울 수 없었다. 시종일관 아파서 기침하고 죽어가는 비올레타가 그렇게 기차화통 삶아 먹은듯이 엄청나게 노래하는게 맞냐고 말이다. 라보엠의 미미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지현소프라노의 비올레타는 딱 내가 꿈 꾸던 내가 듣고 싶었던 비올레타였다. 아주 아름답고 기품 있는 소리의 리릭이었는데 나이들면서 스핀토쪽으로 롤을 확장할 수 있는 소리를 갖고있었다. 딕션과 성량도 아주 좋아서 모든 노래가 다 잘들렸고 그 큰 무대를 장악하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움은 가장 위대한 재능이다. 타고나길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소리를 갖고 태어난 가수들은 어디서나 돋보인다. 
대학 시절에 도서관에 갔었는데 김태희보다 더 예쁜 여자가 창가 자리에 앉아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는 고무줄로 질끈 묶고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도 모른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지현소프라노를 보고 와서 뜬금 없이 그 옛날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소프라노가 자기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도 모른채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자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는 아름다운 사람은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도 결국은 알게될 것이다. 아름다움은 드러내지 않아도 결국 발견되고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잊지 못하게 되고, 누구나 알게된다. 나는 왜 오페라를 보러가는가? 누가 더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는게 아니다. 오페라 무대에는 이 시대에 멸종되고 있는 목숨 바치는 사랑과 아름다움과 가슴 아픔과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현비올레타는 내게 가장 좋은 비올레타였다. 
원작을 바꿔서 비올레타는 병 들어 죽은게 아니라 알프레도를 위해 대신 총을 맞고 죽었다. 
사랑을 위해 죽다. 그래! 이게 오페라지. 딱 내 스타일! 
원래 레지테아터 연출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엔 찬성이다. 사랑을 위해 죽는데잖아. 

- 3편에서 계속

#연출이래이
#지휘여자경
#코리아쿱오케스트라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 
#단장/예술감독 박혜진(캐스팅의 귀재) @nyqueen415
@seoul_metropolitan_opera 
@sejong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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