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나이드니 진짜 애기가 된 우리 어머니^^

시어머니 89세

제가 시어머니 늦둥이랑 결혼해서 

산세월이 20년.

 

새댁때는 며느리들몰래

혼자서 김장 50포기씩 하시고

틈틈이 친척집 가게봐주는 알바도 계속 하시고

저 애기 키우느라 힘들 때는

저 좋아하는 거 사다가 지하철 세 번씩 갈아타고 오셔서 주고가시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 혼자 먹기 아깝다고 생각되면

아들 며느리 손주먹이고 싶어서 휭하니 오셨다가

문고리에 음식 걸고 가시고.

 

격 없이 잘 지냈어요. 시누 들도 자기 엄마 단도리 너무 잘하는 편이라, 행여나 엄마가 며느리한테 실수할까봐 평고 엄청 엄마를 엄청 단속해대니 제가 오히려 후한 말씀으로 잘 해 드릴 수밖에 없었고

사실 당신 성품도 선 넘는 스타일이 아니고

자식도 많아 바쁘고 해외자식들도 챙겨야하고

 본인 생활도 바쁘시기도 하고

그래도 그나마 다른 자식들보다 가까이 살면서 자주 찾아뵈며 산 세월이 20년인데

코로나이후

파킨슨에 경도인지장애..

협심증 고혈압당뇨는 원래있으셨고...

이제는 지하철도 못 타시고

 조금씩 움직이시기는 하지만

척추 협착으로 거동도 많이 불편해 지팡이 짚고 다니시는 거 남사스럽고 자신없다고.. 동네 밖으로는 많이 다니시려고도 안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이

한 달에 두세 번 저희가 방문할 때만 식물 같아지신것 같다... 그 자리에서 많이 움직일 수 없으니 찾아봐주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거예요.. 나이들면 서글프겠구나... 그 파워풀했던 에너지 참... 금방 다 사라지는 구나 마음은 그대론데. 그런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말에도 갔다 왔지만

오늘 전화하니

시누이랑 목욕 갔다 왔다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간다며 너도 올래 ?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말해도 못오는 것도 아시고

그런 말도 넘 부담스럽고 무리한 요구라는 것도 다 아셔요.( 내가 맨날 이렇게 주책이다. 못 오는 거 알면서도 그냥 마음이 그렇다. 라면서요)

그래도 진짜 보고 싶고 외로워서 꼭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원래 진짜 안 그러셨는데 최근 들어 정말 달라진 게 느껴져요. 마치 애기가 하고싶은대로 생각나는대로 막 졸라대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들고.

어머니 다음에 맛있는 거 제가 사드릴게요. 하고 끊는데

진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안계셔서 전화할 때가 없으면 어떡하나 하면 갑자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몸이 조금 불편하시고 시누의 도움을 받아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계시는 한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은 중딩 남자애가 어디서 유투브를 보고

할머니 돌아가신 상상이 갑자기 들어 혼자 펑펑울었다고 해서

그말 듣자마자 그런말하지마 하면서 둘이 줄줄 운적이있었어요ㅎㅎ(저 T에요 )

 

무조건 받으려고 하지 않고

상대가 받고 싶어 하는 것을 주셨던 어른의 사랑은

 시어머니든 

 내 엄마든 상관없이 진심이 통하는 것 같아요

 

모두 행복한 어버이날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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