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직장에 큰 행사가 있었어요. 예전같으면 킬힐 신고 타이트한 정장 입고 나갔겠지만 이젠 살도 많이 찌고 체력이 딸려서요. 뭘 입고 신을까 준비하다가 안 신던 단화 두벌을 신발장 꼭대기에서 내려서 한 켤레는 잘 닦아놓고 나머지 한 켤레도 닦아서 신어보고 둘 중 골라야지 하고 현관 옆에 상자위에 뒀죠. 어버이날 주문할 것도 많고 정신 없이 보내다가 아참, 신발 마저 닦아야지 하고 보니 없어졌네요. 쓰레기든 재활용이든 버려 달라고 얼르고 달래야 갖다 버리는 인간이 그 예쁜 신발은 내 놓기가 무섭게 아 쓰레기구나, 하고 갖다 버렸다네요. 그거 이태리에서 사온, 장인이 만든 수제화란 말이예요. 젋었을 땐 굽 높은 신만 신느라고 안 신었는데 이젠 이런 구두가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싶어서 잘 닦아서 신으려고 내려놨는데. 뭐든 버리자고 하면 극구 반대하는 인간이 어째서 제 구두는 빛의 속도로 갖다 버렸을까요. 재활용함에 나가보니 당연히 사라졌죠. 아 미쵸요. 내가 언제 당신한테 구두 한 켤레 사달라고 한 적 있냐고. 내돈내산 멀쩡한 구두를 갖다 버린 심보가 뭐냐고 gr했더니 이렇게 물욕이 강한 사람인 줄 몰랐다고 실망이라네요. 어쩌죠, 구두는 찾을 길이 없겠죠. 왜 그걸 꺼내서 거기다 뒀을까, 제가 잘못 한 거죠. 같이 사는 남자가 이렇게 손발이 안 맞으니, 진짜 답이 없네요. 남자들 원래 다 그렇다고 그냥 참고 넘겨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