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같은 프로 보면 산낙지 먹는 건 거의 한국 관광 필수 코스인 것 같은데요. 제 경험으론 굉장히 무리수인 것 같더라고요. 왜 그렇게 산낙지가 한식 체험의 결정판인것처럼 선전할까요.
저는 업무차 외국에서 오는 손님이 많아서 좋은 식당에 안내하고 가끔 국내 여행 가이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작년 여름에 두 팀이 왔는데 한 팀은 부산에 업무상 가야 해서 겸사겸사 남해 여행, 또 한 팀은 여수 순천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역시 남해안 위주로 여행했어요. 저는 덕분에 신선한 회랑 해산물 실컷 먹을 기대에 들떴고요. 손님들이 다 해외여행 많이 해보고 어느 나라 음식이든 편견 없이 잘 먹는 베테랑 여행가들이라 제가 좋아하는 위주로 맘껏 식당을 골랐어요.
한 팀은 부산에 가서 저의 최애 다찌집에 데리고 갔어요. 이게 얼마만인가 들떠서 들어갔는데 저희 테이블 바로 옆에 수족관이 있었어요. 엄청 큰 생선들이 빼곡하게 들어있는데 저희가 착석하자마자 저희 쪽으로 생선들이 몰려들었어요. 식사하고 술 마시는 내내 각종 물고기들이 저희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굉장히 회를 먹기 미안하고 마음 불편한 분위기가 되었어요. 특히 신선한 새우랑 개불이 나왔는데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니까 일행이 다 젓가락을 놓더라고요. 그게 몇십만원짜리 상이었는데 아까워서 저만 꾸역꾸역 먹게 되었어요. 또 다른 날은 그 지역 지인이 아는 맛집에 일행을 초대했는데 연포탕 맛집이었어요. 서양 사람들은 문어를 먹는 거에 반감있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얼마나 지능이 높은 동물인데 꼭 먹어야 하냐 그런 느낌인가봐요. 연포탕이 나왔는데 물론 문어가 살아 있었어요. 냄비를 앉히고 불을 켜니까 큼지막한 문어가 탈출하겠다고 안간힘을 쓰는데 힘 좋은 아주머니가 오셔서 유리로 된 냄비 뚜껑으로 눌렀어요. 일동 다 문어가 기를 쓰다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생방으로 목격하고. 아무도 안 먹겠다고 맨밥에 반찬만 먹어서 저혼자 그 귀한 연포탕 포식.
여수에 가서도 마찬가지. 낭만포차 거리에 갔는데 거기에 삼합 나오잖아요. 손바닥 만한 싱싱한 활전복이 여러마리 꿈틀꿈틀 나오는데 다들 너무 잔인하다고. 제가 몸에 좋은 거고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해도 도저히 못 먹겠다고 삼겹살에 김치만 먹더라고요. 저 혼자 그 큰 전복을 여덟마리인가 먹었네요. 살아있는 걸 눈 앞에서 조리해 먹는 문화가 외국인들한테는 굉장히 낯선가봐요. 생선회랑은 또 다르죠. 방송에서 외국인들 산낙지 잘 먹는 거 보면, 정말 그럴까, 내가 겪어본 바로는 백퍼 아니던데 싶어서요. 아닌가요? 올해도 두 세 팀 온다는데 걍 삼겹살집만 주구장창 데리고 갈까 고민하다 써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