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언제나 원하는 거 다 가졌고 평생 누가 부럽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요.
아이 절친 엄마가요. 저랑도 친한데 언제 봐도 친절하고 소탈하고 얘기해 보면 진정성과 선의가 느껴지는 따뜻하고 예쁜 사람. 정말 봄날의 햇살같은 캐릭터요. 동네 큰 병원 수간호사인데 그 바쁜 와중에도 운동열심히 해서 몸매도 탄탄하고 애들도 알토란같이 잘 챙기고 만날 때마다 참 배울게 많은 사람이다 생각해요.
이제 아이들이 중2라 고등학교를 어디에 보낼지 초유의 관심사인데요. 여기는 미국 시골인데 선택할 수 있는 학교가 천차만별이에요. 동네 공립은 무료지만 대학 진학에는 별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요, 근처의 사립은 등록금이 넘사벽이라 알아보기도 가슴떨려요. 이 엄마를 얼마 전에 만났는데 자기는 애들 (남매 쌍둥이)를 무슨무슨 사립고에 보내는 게 꿈이래요. 대학보다도 고등학교를 어디에 보내느냐가 결국 대입에도 중요하고 동문도 그렇고 나중 커리어에도 영향을 끼친다고요. 제가 그 학교 좋다는 얘기야 들었지만 그런데 보낼 돈이 어딨냐고 그집이나 우리집이나 고만고만한 중산/하 층인데, 그랬더니 어떻게든 뚫어보면 길이 생길거라고요. 알아보니 그 학교는 1년 등록금이 5만 달러부터 시작이더라고요. 한국에서 조기유학 많이 보내는데 기숙학교는 8만불 지금 환율로 1년에 1억이 넘는거죠? 순전히 등록금만요. 암튼 기가 막혀서 하품하고 포기했는데요. 어제 마트에서 그 엄마를 만났는데 자기가 그 학교로 이직하기로 결정되었대요. 마침 양호교사 자리가 하나 나서 지원했는데 뽑혔다고요. 그럼 애들 학비도 면제냐고 했더니, 아마 그런 것 같다고. 아니, 한 아이가 일년에 오만불, 고등학교 삼년에 십오만불, 쌍둥이니까 곱하기 2, 그럼 삼십만불! 현재 환율로 거의 4억 되나요. 우리 지금 사는 집이 4억 안 되는데 이 엄마는 의지와 정보력으로 집 한 채를 벌었네요. 돈도 돈이지만 꿈의 사립 명문고에 남매를 보내게 되었다니! 너무너무 부럽네요.
나는 엄마로서 아이를 위해 해준게 뭐가 있나. 삼시세끼 밥 챙겨주고 옷 빨아 입히는 것만도 힘들다고 허덕였는데. 미란다는 순전히 자기 능력으로 평범한 아이들을 정말 기적적으로 탄탄대로에 갖다 앉혔네요. 나는 뭐하는 인간인가 싶어서 속상하다고 남편한테 그랬더니 전혀 공감 못하면서, 이제 시작인데 그렇게 남과 비교하면 불행 시작이라고요. 일희일비하면 모두에게 좋을 것 없다고 마음 단단히 가지라고 해요. 하지만 너무 속상하네요. 친정에서도 그동안 많이 도와주셨고 저도 많이 버는 편인데 재테크도 잘 안 해놓고 막상 아이를 위해 결정적으로 뭘 해줘야 할 순간이 오니 뜨신 밥과 따뜻한 말 한마디 말고는 해줄수 있는 게 없는 제가 너무 한심해요 ㅠㅠ 다른 엄마들도 이 정도 가슴앓이 다 겪으면서 입시 치루시나요. 진짜 이제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좌절감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