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쓰린 일이지만
올초에 매우 큰돈을 잃었어요. 제 연봉의 2배 정도 되는 매우 큰돈이었죠.
너무 큰 돈이라 현실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남의 얘기인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그 사건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거 같아요.
그이후로 삶의 태도가 조금은 바뀌었거든요.
전 매우 짠순이였어요.
하지만
내가 쓴 돈만 내돈이고, 안쓰면 그저 사이버머니일 뿐이란 걸 알았어요.
잃어버린 돈에 비하면 내가 아꼈던 액수는 정말 먼지만한 돈이었는데
왜 그렇게 작은 돈에 연연해했었는가.
그 작은 돈을 아낀다고 나의 수고와 시간을 낭비하진 않았는가
기회비용을 날리진 않았는가
또 누군가에게 인심을 잃었던 적은 없었던가 반성하게 됐어요.
돈을 아끼려고 나의 욕구와 품위, 취향을 무시한 적도 많았죠.
돈의 노예였던 거예요.
돈 자체를 갈망했던 거였죠.
호되게 수업료를 치르고서야 뭐가 중요한지 알았어요.
앞으로는
적어도 나와 사람들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조금은 멈칫거리며 쉽지는 않지만
내가 허무하게 잃은 돈을 떠올리면
뭔가를 결정하는 것이 좀더 쉬워지네요.
얼마전에도 사람들 만나서 밥먹고, "내가 낼께"라고 말하는데 짜릿했어요.
생각해보니 아무 이유 없이 밥사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이렇게 쉬운 걸
진작에 베풀며 살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매우 많았는데..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어찌보면 일어나야 할 일이 이제 일어난 건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한대 후드려 맞아야 고쳐지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이런 다짐 오래 못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짐이 희미해질때마다 그일을 되새겨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