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결혼하면 애가 금방 들어서는지 알았대요.
외삼촌네도 그랬고 이모들도 아이를 금방금방 가져서 엄마도 아이를 금방 가질 줄 알았다네요.
근데 생각보다 애가 잘 들어서지 않아서 큰이모한테 물어서 절에 시주도 많이 하고
부적도 썼대요. 혹시 아들 가진 여자 고쟁이도 얻어입고 그랬어?
그랬더니 그건 안했고 부적을 써줘서 그걸 배꼽아래에 넣고 다녔다고 해요.
화장실 갈 때 마다 그 부적이 떨어질까봐 신경써서 옷을 내렸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생긴 아이가 저예요.
우리 엄마가 피부가 진짜 좋거든요. 눈, 코, 입도 정말 예쁘지만 (아니 코는 빼고. 코는 아님)
진짜 끝내주는건 피부예요.
엄마랑 이모들이 그러는데 밤에 강으로 멱 감으러 나가서 옷을 벗으면 칠흙같은 밤이라도
엄마 피부는 완전 빛이 났대요. 이모들도 피부가 정말 좋았다고 제가 다행히 아빠 닮았어도
피부는 엄마 닮았답니다. 엄마한테 감사하라는 이야기 들었어요. (ㅎㅎ 깨알같은 자랑)
그리고 그 시대에 흔치 않은 B컵입니다~ 네 저는 이걸 닮긴했지만 저는 살이 쪄서.... 뭐...
그리고 골반미인. 골반덕에 허리가 더 가늘어보이고 옷태가 사는 여자...
그런 엄마도 임신을 하니 피부가 달라지더래요. 윤기나던 피부는 사라지고 입덧 때문에
입이 돌아갈만큼 먹지 못하고 물만 마시고 살았다네요. 다행히 그런 기간이 길지는 않았기에
임신 중반에서 막달로 가서는 고기를 엄청 먹었대요.
눈을 감고 있으면 고기 생각이 나면서 군침이 돌고 시장 갔다가 닭집을 지나가면 그렇게
닭고기가 먹고 싶었대요.
그때 시장에서는 닭을 그 자리에 잡아서 튀겨줬다고 하더라구요. 닭장 같은 곳에 닭이 있고
닭을 고르면 잡아서 털 뽑고 튀겨주는 식이었대요. 예전에는 지나가면서 닭 한마리 튀겨주세요.
이러고 지나갔었는데 저를 갖고 나서는 아저씨 저 닭이요! 저걸로 튀겨주세요!! 이렇게 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서 임신한지 모를 정도로 말라 있을 때라 엄마가 눈에 광채를 내며
저 닭 튀겨주세요! 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정도라고 해요.
닭집 옆에는 오뎅집이 있었대요. 오뎅집은 그 자리에서 반죽을 해서 기름에 튀겨주는 거였는데
닭 잡아서 튀겨달라고 한 다음에는 오뎅집에서 오뎅을 먹으며 기다렸다고 해요.
닭이 빨리 먹고 싶어서....
그래도 금방 튀긴 오뎅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거 먹는 동안에는 닭 생각이 안났고
오뎅 다 먹고 나면 아까 맡긴 닭이 언제나 다 튀겨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대요.
엄마가 닭을 자주 드시니 할머니는 이왕 먹을거 튀긴 닭을 먹지 말고 집에서 키워서 잡아먹자는
생각을 하셨대요. 산모가 먹을거니 좋은거 먹여서 집에서 키우면 되지 않겠냐 하는 생각에
시장에 가서 병아리 다섯마리를 사다가 쓰레기통 옆에 철조망을 치고 닭장을 만드셨다고 하네요.
봉숭아 꽃밭에서 호박 키우던 밭은 이제 닭장이 한켠에 자리를 차지한 곳이 되었어요.
할머니가 사 온 암탉들이 아주 잘 자랐다고 해요.
그 중에 세마리는 오골계였다고 하네요.
할머니가 아침마다 그 닭들한테 조며 콩이며 이런 것들 뿌려줬고 닭들고 꽃밭에서 꼬꼬닥거리며
벌레 잡아먹고 또 할머니가 한약 삶은 약재 같은거 식혀서 뿌려주면 그거 주워먹고 그랬대요.
엄마 말로는 수탉이 없어도 아침되면 우는 닭도 있었대요. 이 닭의 최대 적은 쥐였어요.
어느 날 닭 한마리가 사라져서 보니 철조망 근처가 구멍이 뚫려 있어서 막았고 바닥도 다시
튼튼하게 마무리를 했는데 그 다음 날 또 한마리가 사라졌대요. 그렇게 할머니가 정성껏 키운
닭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는 이제 이거보다 더 기다리면 쥐 좋은 일만 시킨다고
이제 이만하면 되었으니 그걸 잡아서 고아 먹겠다는 결심을 세우셨대요.
문제는 식구들 중에 아무도 닭을 잡아본 사람이 없다는거였어요.
할머니는 아빠한테 시키고 아빠는 삼촌한테 시키고 삼촌은 못한다고 하고 고모한테 하라고 하고
고모도 못한다고 하고 엄마는 닭을 기다리고 있고.
아 저걸 어쩌나.... 어쩌나..... 하고 쥐가 닭을 잡아갈까봐 다시 닭장만 손보고 하기를 이틀을 반복했대요. 이틀 사이에 할머니는 시골에 가실 일이 생겼고 그 날 아침 또 쥐가 한마리 닭을 잡아갔어요.
할머니는 노발대발 하시고 빨리 저걸 잡아서 먹여야 하는데 군대도 다녀온 애가 왜 닭을 못잡느냐
너는 군대를 다시 가야 하는거냐 하면서 아빠를 닥달하셨고 내가 다녀올 때 까지 저거 빨리 잡아서 애 먹여라! 올 때까지 닭 못잡으면 알아서 해라.
이러고 내려가셨대요. 생각해보면 닭집에 가져다주고 잡아주세요. 하고 돈 주면 되는 일인데
상도의가 있지 그건 못하겠다고 생각하셨나봐요.
할머니는 시골로 내려가시고 아버지는 1층에 살고 계셨던 원식이 아버지한테 찾아갑니다.
원식이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어쩐지 닭을 잘 잡을 것 처럼 보였대요.
원식이 아버지도 닭 잡아본 적은 없었지만 닭을 잡으면 한마리 주기로 하고 닭을 잡기로....
일단 닭장에서 한마리를 꺼내는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잡으려고 하는데
닭이 눈치가 빨라서 자기를 잡으려는걸 알고 세상 난리를 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문이 열린
원식이네 집으로 들어가버렸대요.
원식이네 집에 들어간 닭은 사람들을 피해서 찬장으로 올라가고 씽크대에 담가둔
그릇들 위로 날갯짓을 하며 도망치다 신발장 뒤로 떨어지고
툇마루처럼 생긴 작은 마루에 올라갔다가 그 틈에 발톱이 꼈는데
아빠랑 원식이 아버지가 잡으려고 하니 발톱이 빠지면저 살점이 뜯겼는지
피를 철철 흘리며 도망가고 고모는 그걸 보고 무서워서 울고 있고
아빠는 문 닫으라고 소리 지르고 아주 난리를 쳤대요.
제가 직접 본 상황은 아니지만 고모가 그러는데 자기는 닭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다네요.
심지어 그 닭은 담장을 넘어서 도망까지 쳤다고 해요. 그렇게 닭 한마리 사라지고....
----잔인한 장면 있습니다.
----잔인한 장면 있습니다.
----잔인한 장면 있습니다.
----잔인한 장면 있습니다.
------------------------------- 친 문단 바로 아래로 넘어가세요.
이제 닭이 한마리 남았더랍니다. 그것도 오골계가 아닌 하얀색으로....
끝방에 혼자 살던 나이 좀 있으면 아주머니가 나오셔서 내가 잡아줄게. 하시더래요.
그러더니 빨래 방망이를 들고 닭장에 들어가서 닭을 한번에 후려치더랍니다.
성인 남자는 그 안에 들어가기가 힘든데 자그마하셔서 거기 들어가시더래요.
그리고 닭은 기절하고 아주머니가 목을 발로 꾹 밟아서 잡으셨대요.
닭이 눈을 까뒤집으며 죽어가는걸 보고 고모는 꼭 닭을 먹어야 할까 유난이다...
엄마는 왜 닭을 키우자고 했을까 그냥 사 먹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요.
아주머니가 닭 잡으려면 닭장에서 닭을 빼면 안된다고 그 자리에서 잡아야 한다고 하시며
닭털까지 다 제거해주셨대요. 한약재와 곡식을 먹고 자란 닭은 살이 통통하게 쪄 있었고
아주머니가 주신 생닭은 엉덩이 부분만 오골계 색이었대요. 맞아서 시퍼렇게 멍이 든.....
----------------------------------------------------------------------------------------------
아주머니가 주신 생닭은 아빠가 엄마를 위해 요리한 첫 음식이었어요.
닭이 꽤 커서 닭이 들어갈만한 냄비를 찾고 할머니가 미리 준비해두고 간
엄나무나 대추나 이런 것들을 넣어서 푹 고아서 노란 기름이 둥둥 뜨는 닭을
엄마한테 가져다줬는데 엄마가 기다렸다는듯이 받아서 혼자 한마리를 다 드시더래요.
아빠, 삼촌, 고모한테 먹어보란 말도 안하고 혼자 쌕쌕 숨을 쉬며 고기를 드셨대요.
닭은 다 먹고 죽을 한그릇 더 떠서 먹으려고 부엌으로 간 엄마는 두 눈을 의심했대요.
아빠는.......... 빨래 삶는 들통에다가 닭을 고으셨더랍니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가리지 않고 고기를 열심히 먹고 입덧을 잘 마무리 한 엄마는.
겨울 끝자락의 날에 4.5kg의 딸을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출산합니다.
엄마 말로는 골반이 그 값어치를 했다고 해요.
4.5kg의 딸은 태어나서 얼굴이 파래져가며 숨을 잘 못쉬었지만 의사선생님이
거꾸로 들고 궁둥이를 팡팡패니 앙앙 울더래요.
아빠가 들통에 삶은 닭고기 궁둥이에 있던 멍자국과 비슷한 몽고반점이 거기 있더랍니다.
아빠도, 엄마도 지금은 닭을 아예 안드세요.
오늘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