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면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나머지는 다 어려웠어요. 대인관계도 겉으론 멀쩡한데 속으론 늘 어색했고 운동이나 활발한 사회활동 다 해야 된다니까 노력해서 하는 편이지 공부만큼 쉽고 자연스럽지 않았어요. 이과공부는 암기력으로 그럭저럭 해냈지만 골수 문과고요.
반면 저희 언니는 정반대. 공부는 너무 못하고 안 하는데 나머지는 다 척척 잘 했어요. 없어진 물건 찾는 거 벌레 잡는 거 대인관계 엄청 잘 유지하는 거. 심지어 엄마한테 거짓말도 척척 잘 했고요. 융통성이 남다르게 좋은 성격. 요새는 사시사철 친구들이 지역 특산품을 보내주고 어디가나 지인들이 나타나서 도와줘요. 재테크도 잘하고요.
엄마가 맨날 저희들 학교에 상담 오시면 작은 딸은 전교 1등 큰 딸은 전교 꼴등.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고 하셨는데요. 이제는 처음보는 사람들이 다 언니가 그 공부 잘했다던 딸인가봐요, 그래요. 목소리 크고 자신감 뿜뿜 새로운 정보가 많고 뭐든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요. 전 그냥 조용히 책이나 보는 스타일. 연봉도 언니보다 훨씬 높지만 재태크 잘 못해서 그냥 물려받은 작은 아파트 하나 유지하면서 안분지족 하려고요. 그러고보면 공부머리 살아가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