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짧게 써 보는 우리 아빠 이야기 (6)

제 이야기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길게 쓸 생각이 없었고 묻힐 글이라고 생각해서 고정 닉을 사용할 생각도 못했고  

연재처럼 쓸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예요. 

저는 생긴건 소도 때려잡게 생겼지만 겁이 많고 주목 받는걸 좋아하는 것 같지만 

막상 주목 받으면 숨어버려요. 전에 82에 시부모님 패딩 사 드린 이야기를 썼는데 

너무도 좋아해주셔서 아 감사하다 이런 마음이었는데 조회수가 막 올라가니 겁이 덜컥 나서 

지웠어요. 이번에도 어느 순간 무서워지면 그냥 잠수탈게요.ㅜ.ㅜ

고정닉 잠옷은 제가 항상 잠옷 입고 살고 옷 중에 젤 많은게 잠옷이예요. 

잠옷을 입고 해야지 고기를 구워도 잘 구워지더라구요. 레이스 치렁치렁 이런거 아니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파는 만원에 파는 미키마우스 그려진 원피스예요. 

잠옷이라고 하지만 아침 잠옷도 있고 외출용 잠옷도 있어요. ㅎㅎ

오늘은 아빠 이야기 짧게 쓸게요. 주변 인물들을 좀 빌드업을 해 드려야지 나중에 이해하기도 

좋고 저도 부연설명없이 쭉쭉 나갈 수 있어서 좋아서요. 

그리고 쓸개코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할머니 머리를 닮으셨어요. 키는 작으셔요. 절대 큰 키는 아니고 체격이 좋지도 않지만

눈빛이 항상 압도하는 눈빛이었고 어디가나 대접 받는 분이셨어요. 성격이 좋지는 않았지만 

욕을 하거나 주사가 있거나 하지도 않으셨어요. 그냥 좀 세상사에 밝았대요. 어릴때 부터.

아버지가 스스로 자기의 일을 이야기 하는 경우는 없지만 오촌 당숙들이 해 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요. 

 

동네에 엿장수가 오면 동네 아이들이 집을 돌아다니면서 비료푸대를 찾고 고무신을 구멍내려고

하고 철조각 하나라도 찾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 아빠는 유유히 광으로 들어가셨대요. 

광 위에 건조시키려고 죽 매달아놓은 마늘 한접을 뚝 떼서 엿장수한테 가져다주고 엿 한판이랑 

바꿔서 가지고 들어오셨대요. 광에 죽 달아놓은 마늘은 마르면서 부피가 줄기도 하고 썩어서 버리는 

것도 간혹 있기에 그거 하나 없어져봐야 티도 안난다고 하셨대요. 

 

엿장수한테서 엿을 바꿔오면 동네 애들을 한 줄로 죽 세워놓고 너 내 말 잘 들을거야?

혹은 너 내 부하가 될거야? 물어본 뒤 말을 잘 듣겠다고 하면 엿을 주고 안듣겠다고 하면

다시 뒤로 가서 줄을 서라고 했대요.  줄을 서서 애들이 엿을 받아가거나 먹는걸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 가라고는 안하셨대요. 

대부분은 말을 잘 듣겠다고 해서 엿을 얻어먹었고 간혹 안받겠다고 하다가 받아가는 애들이 

있는데 아빠 말로는 이런 애들이 제일 다루기 쉬운 애들이라고 하셨답니다. 줄 다시 안 서고 

가버리거나 혹은 줄을 다시 서도 끝까지 부하가 안되겠다고 하는 애들한테는 엿을 그냥 

주셨대요. 엿 한 판을 받아오면 거기에 멀쩡한 것만 있는게 아니고 부러진 애들도 있고 

그렇다네요. 그거라도 줘야지 안주면 애들이 앙심을 품으니 빈 손으로 가게 하면 안된다고 

했대요. 또 나중에 마늘 없어진거 할머니가 알아도 못 찾는대요. 엿 얻어먹은 애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엿장수도 없으니 그걸 어서 찾나요. 

 

없는 살림에 엿장수 줄 거 찾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니

없어져도 티도 안나는 본인 집 광에서 마늘 한 접 떼다주면 엿장수도 빨리 집에 가고

엿도 다 팔아서 좋고 집에 고물 없는 애들도 엿을 먹을 수 있으니 좋고

나는 부하가 생기니 좋은게 아니냐고 했대요. 

지금도 고향에 가면 어깨에 힘주고 친구들하고 다니세요. 기분이 좋으면 모임 회비에 쓰라고 기부금도 잘 내시구요. 

 

한번은 아빠 따라서 온 가족이 어린이 대공원을 갔는데 매표소에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더라구요. 

매표소 금액을 보고 어린 제가 막 돈 계산을 하고 있었어요. 더하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손바닥에 숫자를 써 가면서 계산을 했고 아빠한테 같이 줄 서자고 막 그러는데 아빠가 제 말은 안들으시고 매표소에서 표도 안사고 그냥 들어가시는거예요. 제 기억에 아마 가족 입장료가 다 합해서 

6000원이 조금 넘는 그런 금액이었을거예요. 들어가면서 표 받는 아저씨 손에 5000원을 쥐어주고 

수고하십니다~ 이러고 들어가는 아버지를 멍하니 따라 들어간 기억이 있어요. 

매표소에서 표도 안사고 이렇게 들어가면 불법 아니냐고 그랬는데 아빠가 얌마 뭐가 불법이야 

저거 우리가  내도 엄한 놈들이 다 가져가는데 아저씨 소주나 한병 사서 드시라고 드리는거지. 

이러고 넘어갔던 기억이 나요. 

 

암튼 아버지는 좀 그런게 밝고 빠르셨어요.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에 욕으로 도배가 될 일이지만 

그때는 워낙 큰 도둑들이 설치는 시대여서 그랬는지 다들 그러고 산다 하길래 넘어갔었나봐요. 

(지금의 도덕적 잣대로 너무 비난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ㅜ.ㅜ)

 

아빠는 고등 졸업할때까지 할머니 속을 지지리도 썩였대요. 

그래도 할머니가 한번도 매를 들거나 욕을 한 적이 없대요. 물에 빠져죽은 큰아들 대신에 

큰아들 노릇해주는 작은 아들이 그저 고마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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