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그냥 써 보는 우리 엄마 이야기

그냥 써 보는 거예요. 우리 엄마 이야기를.... 

 

서울로 올라온 산골처녀는 모든게 다 신기합니다. 장이 열리는게 아니라 매일 시장이 있는것도 

신기하고 지하에서 땅파고 사람이 산다는 것도 신기하구요. 

산골에서 나고 자라서 세상물정 모르고 자란 엄마는 시집을 잘 간 덕에 

갑자기 2층 다세대주택 집주인이 됩니다. 

무려 월세 받는 단칸방이 7개나 있고 2층을 다 쓰는...

우리 엄마 말로는 안방마님이 된 기분이었대요. 

연탄보일러 연탄을 12장씩 바꿔야 하는 집이었는데 나무 하러 안가도 되는게 좋으니 

연탄가스 냄새에 머리가 아파도 좋았대요. 

할머니가 사 준 진주황색 홈드레스를 입고 아침에 아버지 밥 해서 먹이고 출근시키고 

집청소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학교 잠깐 갔다오면 되니 천국 같은 삶이었다네요. 

와 내 진짜 호강하고 산다고 혼자 안방에 누워서 소리친 적도 있대요. 

삼촌과 고모들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고등학교 올라가는 삼촌과 고모 , 직장을 구하는 사촌들까지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한거죠. 

그 와중에 집주인 노릇을 해 본 적이 없는 엄마를 위해 할머니까지 올라오기 시작해서 

시집살이가 시작이 됩니다. 아침마다 9그릇의 밥을 하고 찌개를 만들고 

할머니 점심밥 따뜻하게 해서 드려야 하고 할머니도 시골 집을 마냥 놔둘 수 없으니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가서 버스 타고 가신다고 하며 마장동까지 짐 들어드리고 

짐 받아오고 하면서 지내셨대요. 9식구의 빨래와 집청소까지 모두 도맡아서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식모나 마찬가지지만 할머니가 세탁기 사놔서 세탁기로 돌리고 

물 길어올 필요 없이 수도 틀면 물 나오고 나무 하러 안다녀도 되니 그것만도 좋았답니다. 

 

낮에는 할머니가 쥬단학 아줌마를 불러서 마사지는 받는 날이 있었는데 

그런 날은 엄마도 같이 누워서 쥬단학 아줌마 마사지를 받았다네요. 

쥬단학 아줌마가 시집 잘 왔다고 부러워했는데 어느 날 마사지 받는데 딸을 데리고 왔더래요.

딸하고 같이 왔구나 하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쥬단학 아줌마가 딸을 우리 할머니한테 

선보이고 싶었던거죠. 쥬단학 아줌마 딸의 남편은 월남전에서 상이용사가 되어 온 사람이었는데 

술만 마시면 딸을 때려서 도망쳤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화장품 방판 가르쳐서 먹고 살게 

해 주려고 하는지 알았는데 이 쥬단학 아줌마의 의도는 그 딸을 이제 20대인 우리 아버지 세컨드로 

보내는 것......

할머니한테 은근 슬쩍 그런 말 넣었다가 할머니가 샘플 받은거 계단 밖으로 다 집어던지고 

베게에 크림 묻지 말라고 덮어뒀던 수건으로 쥬단학 아줌마 등짝이며 머리를 닥치는대로 패서 

쫓아냈다고 해요. 그리고 쥬단학 아줌마에서 아모레 아줌마로 바뀝니다. 

아모레 아줌마는 미용도 같이 하는 사람이었다는대요. 아모레 아줌마와 할머니의 꼬드김에 넘어간 엄마는 스물넷에 허리까지 오던 긴 생머리를 싹둑 자르고 좀 긴 뽀글이 파마를 합니다. 

자를땐 그 정도 길이인가보다 했는데 파마를 하니 위로 확 올라가더래요 머리가.

그 머리를 보고 아버지는 차려놓은 저녁밥도 안드시고 나가버렸고 한달동안 같이 잠도 안주무셔서

한달동안 시어머니랑 시누랑 같이 주무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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