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결혼 준비 중 엄마와 갈등이 있어요.

엄마가 굉장히 통제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분이라 오랫동안 결혼할 생각이 없었는데,

남자친구의 긴 설득으로 얼마 전 결혼을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몇 년 동안 "나이도 찼는데 왜 일만하고 결혼을 안하냐"며 들들 볶던 엄마가 

막상 결혼 준비를 하기 시작하니 이런저런 트집을 잡으셔서... 고민스럽습니다. 

 

제가 양가 부모님께 한 푼도 지원 받지 않고 두 사람이 오롯하게 알아서 하겠다,

(상대방은 부모님들께 받았던 돈이 있어 모두 돌려드렸습니다. 실질적으로 어른들 노후자금이라..)

양가 어른들께서 허락하시면 예물 예단은 생략하고 싶다,

결혼식도 최대한 단촐하게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양가에서도 저희 뜻을 존중하신다며 OK를 하셔서 그렇게 진행을 해왔는데요.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당신 원하는 바를 (혹은 마음에 안드는게 있으면 그 이유를) 알려주시면 좋겠는데   

"너희 원하는 대로 해라"하시곤 (물론 그럼에도 당연히 수시로 의중을 여쭤봅니다.) 

본인 의중과 다르면

비아냥 대거나, 트집 잡거나, 많이 편찮으신 아버지를 내세우며 어깃장 놓거나

그것도 안되면 판을 엎어 버리십니다.   

대체로 일이 거의 진행된 마지막 단계에서 늘 그러시니... 더욱 힘겹습니다.

 

예컨대 이런 것들입니다.  

- '아무리 그래도 다이아 반지 하나 못 받는건 아니지 않느냐. 다른 집 딸들은 결혼할 때 보석도 받고, 명품백도 받는데 너는 왜 하나도 못 받냐. 네 아빠도 돈 한 푼 없는 가난한 대학원생이었어도 다이아 반지랑 예물 세트 다 해줬다. 내가 딸을 잘못 키웠다.' (남자친구가 해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안 받겠다고 했던걸 엄마도 알고 계세요.)

- '왜 프로포즈도 안받고, 드레스도 안입고(야외 결혼식이라 헬퍼 안쓰고 움직일 수 있는 드레스를 중고로 구입), 꽃장식도 화려하게 안하냐. 다른 사람들한테 부모 욕 얻어 먹게할 일 있냐.' 

- (천천히 결혼 준비하면) "남자친구가 너랑 결혼할 생각이 있긴 한거냐? 생각이 있으면 왜 이렇게 꾸물대냐.', (결혼준비를 서두르면) '애 생겼냐? 그런거 아니면 왜 그렇게 서두르냐' 

- 웨딩홀에서 하겠다고 하면 공장식 결혼 한다고, 홀이 아닌 곳에서 하겠다고 하면 남들 하는 대로 안한다고 난리

- 결혼식 날짜와 장소 정할 때 '날짜 안받겠다'고 하고 '날짜 장소 모두 너희 원하는 대로 하라'고만 하시다가, 베뉴 계약 직전에 전화하셔서 '날도 안받고 진행하는건 말도 안된다' (결국 본인 원하시는 날짜/시간/장소로 확정)

- 인사는 천천히 받겠다고 미루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왜 인사도 안오냐. 싸가지가 없다'

- 신혼집을 남자친구 사는 빌라에서 시작한다고 하면 '일 중독자처럼 일만 해대더니 그 때 번 돈은 다 어디갔냐',  아파트 알아보고 있다고 하면 '돈도 없는데 무슨 아파트 같은 소리하냐', '아파트 얻을거면 제일 좋은 입지에 신축으로 들어가야지, 후진데 얻을거면 얻지도 말라', '집 값 떨어질건데 무슨 매매냐, 전세로 가라', '전세 사기 소문 안들었나? 월세로 살아라', '월세로 살아야 하면 아파트를 가면 안되는거지. 걘 대기업 다닌다면서 모아 놓은 돈도 없냐'등...   (참고로 남자친구도 저는 학벌도, 양가의 경제적 사정도, 모아놓은 돈도 모두 비슷합니다. 남자친구는 대기업 다니고 저도 사업하는데 둘 다 벌이가 아주 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습니다. 모은 돈도 적지 않고요.)

 

어제는 부모님 댁에서 식사를 하는데 신혼집에 대해 트집을 잡으셔서 

참다못해 제가 "도대체 뭐가 불만이냐"고 쏘아 붙였더니

또 되도 않는 생트집(네가 평소에 밥을 잘 챙겨 먹길 하냐, 잠을 제 때 자기를 하냐, 일에만 미쳐 돈만 벌 줄 알지 그거 말고 뭘 할 줄 아냐, 예쁘게 꾸밀 줄도 모르고 기본적인 자기 관리도 안되는 너랑 결혼할 바에야 차라리 유치원생 데리고 사는게 훨씬 낫다 등)을 잔뜩 잡으시곤 그대로 집을 나가버리셨어요.

같은 자리에 계셨던 아버지도 어머니 의중을 모르시겠다고만 하고 

웬만하면 엄마 뜻을 따라주라고만 하시는데요.

저 역시 양가 부모님 서운하시지 않게 최대한 맞추고 싶고 

편찮으신 아버지 마음도 불편하게 안하고 싶은데

저희 엄마한테 맞추는게 불가능한 일 같다는 생각 밖에는 안듭니다. 

 

결혼만 아니었으면 엄마와 진작에 싸우고 얼굴 안보고 지낼텐데 

결혼 준비 하며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우선 남자친구와 관련된 얘기만 아니면 꾹 참고 있는데 활로가 있긴 할까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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