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그냥 써 보는 우리 엄마 이야기

저희 엄마는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산골에서 나무지게 이고 

학교도 국민학교만 나오고 근데 얼굴이 예뻐서....

시집을 읍내에 있는 잘 사는 집으로 가셨어요. ㅎㅎㅎㅎㅎ  (나는 아빠랑 똑닮음)

읍내에서 잘 산다고 소문난 집 아들였던 아빠는 고향 내려올 때 마다 선을 봤는데 

선을 서른번을 봐도 다 맘에 안든다고 하다가 엄마 보고 마음에 들어서 

두번만나고 세번째만에 결혼하자고 하고 넉달 뒤에 결혼하셨다 하더라구요.

선보러 온 날, 두번째 만난 날, 세번째 만난 날. 모두 예비시댁에서 주무셨다네요. 

버스가 하루에 한번만 와서.... 나오면 들어갈 길이 없었고 

선본 날 집에 못들어가서 이대로 집에 가면 외삼촌한테 맞아죽을 것 같아서 

할머니를 앞세워 들어갔대요. 할머니도 사돈댁 사는걸 봐야 하니까. 

선보고 다음 날 예비시어머니 모시고 집에 감. 

두번째 만난 날은 그 다음 날 아빠랑 같이 들어감. 

외삼촌이 고래고래 소리지름. 하지만 좋아하는 것 같았대요. 

세번째 만난 날. 소리 덜 지름. 술 왕창 먹임. 

 

식 올리고 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사셨대요. 

할머니는 국민학교밖에 안나온 엄마가 자식들한테 기죽을까봐 

서울에서 학교 다니라고 해서 어쨌건 야간 여상이라도 고졸로 만들어주고 

남편 밥 잘 해서 먹이고 아들 낳는게 여자가 할 노릇이라고 하시면서도 

한번씩 서울에 오시면 여자는 남편 모르는 돈도 있어야 한다면서 아버지 한달 월급정도 되는 

돈을 손에 쥐어주고 가셨대요.  

문제는 그 사이 친정을 한번도 못갔다네요. 명절때마다 못가게 해서........ 

 

딸 여섯, 아들 둘인 집 막내딸이었던 엄마는 외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설날에 이번에는 꼭 가겠다고 아빠한테도 단단히 이야기를 하고 내려왔는데 

그 산골집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없었대요. 버스도 안다니고...

할머니는 사돈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할머니보다 스무살이 많은 사돈...) 

읍내로 모시고 와서 병원 가시고 양약 지어먹이고 병원에서 링거 맞히고 

불고기감 끊어서 소고기 무국이랑 고기 반찬 만들어서 하루에 한번 들어가는 

버스기사한테 박카스 한박스 사주고 맡겼다고 하세요. 

그게 우리 외할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양방병원....... 지금 생각하면 암이었을 것 같다고...

 

저를 뱃속에 품고 만삭이었던 엄마는 결국 외할머니 임종을 못봤고

지금도 외할머니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신대요. 이모들이 부른다고 하니 부르지 말라고....

뱃속에 애도 있는데 여길 어떻게 오냐고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고.... 

저는 그래도 어떻게 친정을 한번도 못가게 하냐 할머니가 너무 하셨다고 생각을 하고 

엄마는 그래도 돌아가시 전에 병원이라도 가 보고 가시기 전에

늘 배 곯다가 든든하게 배 채우고 가셨을거 생각하니 할머니한테 고마운 마음이라고 하시네요.  

알다가도 모를 고부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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