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창문을 열면 혼자 하교하는 아이가 보여요

중고등학교 하교시간

삼삼오오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거리고 

탕후루 떡꼬치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뭐 존나존나 거리며 투닥거리는 장난 치는 아이들도 

제 눈에는 눈물나게 부럽습니다 

 

 그 사이로 안그래도 좁은 어깨 움츠리고 

아무도 신경쓰는 이 없는데 

눈치보며 주눅이 잔뜩 들어 경직된 채 혼자 걸어 

집에 오는 아이 

 

그 아이가 우리 아이라서. 

정말 매일매일 미치도록 우울하고 괴롭습니다. 

혹시 오늘은 누군가 말 한마디라도 주고받았을까 

넌지시 물어보는 것도 아이가 상처받을까 더 이상 못하겠고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옷도 아무렇게나 벗어던진채 누워서 

학원 가기 전까지 핸드폰만 하는 아이 

학원이라도 안다니면 저 긴 시간 뭘 하며 지낼까요 

 

중간고사가 코 앞인데 

뭘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아이 

누워 뒹굴다 제가 들어가면 깜짝 놀라 그제서야 

뭐라도 하려는 척 하지만 다 알죠 

아무 계획도 없다는 것을

 

제가 저 아이를 망쳤다는 자괴감이 들어 

진짜 다 팽개치고 도망가고 싶습니다 

남편은 말이 통하지 않는 벽창호 

로봇도 저보다는 낫겠다 싶게 

뭐라도 상의하려하면

귀찮은 듯 글쎄? 몰라? 그냥? 

똑같은 말 짧은 한 문장이나 반복할 줄 아는 사람 

그나마도 먼저 말을 시키지 않으면 

하루종일 열시간 넘게라도 옆에 사람이 있든 없든

핸드폰만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죠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인생의 조언 격려 따위 바랄 수가 없어요 

가족의 미래 노후 교육 따위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어요 

그런 세월 지나오면서 저도 그냥 손을 놔버렸고요 

이런 비정상적인 부모라서 아이들도 저런거겠죠 

 

저 혼자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몸부림쳐보지만 

턱없이 힘이 부치고 

매 순간 좌절합니다 

돈도 없고 애정도 없고

안정도 없고 희망도 없는 가정생활 

 

대체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할지 

전 정말 애들 공부 못해도 괜찮은데 

제발 사회에서 누군가와 섞여서 

웃고 울고 떠들고 사람구실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오늘도 너무너무 괴롭습니다. 

부서진 다리를 향해 달리는 열차에 탄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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