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과 안맞아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긴글

잠도 안오고 생각만 많아져

글을 올려봅니다.

 

남남편에게도이 글을 보내줄 생각이에요.

 

저희는 결혼한 지 20년쯤 되었고,

아이는 하나, 고1이에요.

 

그동안은 무난한 부부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최근에는 제가 계속 이 사람하고 살 수 있을지 싶을 만큼

정서적으로 멀어졌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일화를 말씀드리자면,

저희 아이는 중학교 때 친구가 없어 많이 힘들었어요.

최근에 고등학교에 가서 친구를 사귀면서

제가 보기에는 과하다 싶은 일들이 있었어요.

오래 외로웠으니 저도 한편 다행이다 하면서도

귀가 시간이 너무 늦고

그 친구에게 너무 연연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어제는 아이가 이번 주말에 2박 3일을 

친구집에서 친구 두 명이랑 같이 놀기로 했다더라고요.

초대한 친구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랑 사는데

아버지가 어딜 가셔서 친구 두 명을 초대했대요.

저는 듣자마자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그래도 아빠랑 상의해서 결정하겠다 했어요.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다보니 

남편하고 얘기하면서 제가 과한 건가 생각해보려 했어요.

제가 얘기하면 잔소리로 듣게 되는 일이 많아

아이가 좀 더 편하게 생각하는 아빠의 도움을 받고 싶기도 했고요.

그랬더니 아이가 그럼 그냥 아빠랑 얘기하겠다 하더라고요.

저도 그러라고 했어요.

남편이 어느 정도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허락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저늘 아이와 자꾸 갈등을 일으켜 

관계가 멀어지는 것도 힘든 일이니까,

거리가 필요하다 생각도 했어요.

 

토요일 밤 늦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일요일 느즈막히 아점을 먹는데

아이가 벌써 아빠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무엇을 걱정하는 지 모르겠다고요.

저는 보호자없이 숙박업소에 투숙하는 게 금지된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라고 했어요.

1박 2일만 하거나 

잠은 집에 와서 자라는 말도 꺼내봤지만

이미 아빠의 허락을 받은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을 이야기였죠.

저도 말하면서도 안되겠다 싶었어요.

 

아이는 제가 이해가 안되고 답답하고 숨막힌다고 했어요.

저도 화가 나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요.

제가 걱정이 많아서 아이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 싶어

최근에는 아이에게 간섭하지 않고 지켜보려 노력 중인데

아이가 그리 말하니 속이 상하더라고요.

눈물이 나서 식사를 얼른 마치고 

자리를 피했어요.

 

이 자리 내내 남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구요.

아이와 제가 목소리를 높일 때도 

가만히 있었어요.

남편은 아마 아이의 입장에 더 공감이 됐을 거에요.

 

오늘 각자 말없이 하루를 보내고

제가 밤에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 1시에 현관문 소리에 깨었어요.

 

남편에게 물어보니

아이가 친구 만나러 나갔다 왔다 해요.

언제 나갔냐 하니 11시에 나갔다 이제 온 거래요.

친구 누구냐 물으니 모른다네요.

누군지 짐작은 되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는 남편에게 화가 많이 났어요.

낮에 일이 있었는데

밤 11시에 외출을 허락한 게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났어요.

 

저라면

내일 학교에서 보고 오늘은 늦었으니 나가지 마라 했을 거에요.

 

남편은 아이에게 그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저는 아이에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남편이 제 입장을 좀 이해해주고

아이에게 적정한 타협을 해주길 바라는데

남편은 그럴 생각도 필요성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끼니는 좀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저와

인스턴트를 주는 게 뭐가 문제냐 하는 남편의 입장 차가 

이런 데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아하며 잘 하려는 편이고

남편은 그런 거에 큰 의미가 없어요.

그낭 하는 데까지 하면 된다는 생각인 거 같아요.

 

돌이켜 보니 

보폭이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하여 

서로 힘든 게 아닐까 싶어요.

 

마음이 멀어지니

그동안 덮어두고 살던 것들도 다시 보게 되네요.

 

저희는 신혼 이후 섹스리스로 살았는데,

남편에게 성관계를 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어요.

저는 병원에 가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했는데

남편은 이 문제에 대해 별로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저 역시 섹스가 결혼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치는 않아

그렇게 지내왔어요.

 

이제 와서 보니

남편은 그냥 조용히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을 거 같아요.

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갈등없이 살고 싶어

맞춰줄 수 있는 건 맞춰 주면서요.

 

제가 기침이 심해서 잠을 잘 못 자도

괜찮냐든지 병원에 가라든지 하는 말이 없어요.

 

제가 화를 내면 달라질 지도 모르죠.

갈등을 싫어하는 사람이니 제 화가 싫어서

뭔가 반응을 보일 거에요.

 

하지만

저는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요.

말하지 않고

그냥 마음을 접게 돼요.

 

저도 이제 남편에게 애틋한 마음이 점점 줄어가는 것 같아요.

아이가 스무살이 넘으면

남편하고도 더 살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도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남편과 아이에게는 더 편하고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본문은 나중에 지울 게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