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누군가의 sns독자가 되어

나는 A의 sns독자다.

작가는 아니지만 글쓰는걸 좋아하는 A는 

자신의 sns에 많은 글들을 쏟아내고

난 오랜 독자로서 거의 10여년째

그녀의 글을 읽고 있다.

그녀는 가게를 했었고 망했고 사기를 당했고

그 와중에도 남편과 아이와 알콩달콩 살아왔고

시어머니와도 잘 지내는 글들이 많았다.

행복해보였지만 이상하게 글이 두서가 없고

알맹이가 빠진 것 같았는데

A는 얼마전 이혼을 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남편은 이혼을 요구했었고

시집과 관계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혼하니 정말 행복하다고.

그동안 글들은 뭐였을까?

다 거짓말이었나?

어느 늙은 아티스트가 생각났다.

사별후 애들을 데리고

한참 연하의 외국남자와 재혼해 화제가 되었던 그녀.

일도 사랑도 다 가지고

책에는 어린 남편에 대한 칭찬만 가득했는데

그녀도 늙어서 이혼했다.

그 남편은 백수였고,

자신과 애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다고.

다 늙어서 털어놓았다.

아주 오래 전 나온 그 책은 거짓이었던 것.

그러나 수십년 전의 베스트셀러를 갖고

누가 죄를 묻겠는가?

A의 sns도 가짜였다.

A는 부모님이 미남미녀라고 자주 말했지만

그녀가 공개한 어릴적 가족사진에

미남미녀는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무 아름다운 남자였고

엄마도 미인이라고 A는 자주 말한다.

A는 자신이 공부는 안하고 책만 읽어 

고딩때 유명했다고 하는데

공부를 안하고 책만 읽는게 유명할 일인가?

A와 같이 학교를 안다닌 나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A는 동생들이 공부를 잘했다는데

그 동생들을 아는 나는 그저 우스울뿐이다.

부모도, 형제자매도 모든게 부풀려져 있었다.

그동안의 결혼생활 또한 부풀려진 거짓이었던 것.

굳이 왜 그렇게 많은 글들을 쓴걸까?

차라리 비공개로 진실한 글을 쓰는게 낫지 않았을까?

A는 이혼직후 뜨거운 연애를 했고 차였다.

이혼서류에 도장도 마르지 않았을텐데

A는 전남편이 아닌 전남친 때문에 괴로워한다.

A의 글을 처음 읽어가며 느낀건

A가 나르시시스트란 것이었다.

자기 잘난맛에 사는 여자.

그런데 누군가 A를 보고

엄청난 나르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네.

난 이 나르를 흥미롭게 관찰한다.

어항 속 물고기들을 구경하듯이.

긴 세월에 걸쳐

어항속 같은 물고기를 보는 느낌이다.

물고기의 거짓말, 허영, 나르시시즘, 똘끼. 자기애.

자의식과잉. 여러가지 주접들.

내가 시간이 남아돌아 

할 일이 없어서 그런다고 하겠지만

나는 시간을 쪼개서 쓸 정도로 바쁘다.

최근 몇 개월은 바빠서 이 어항을 보지도 못했다.

생각나서 가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더군.

앞으로도 종종 이 흥미로운 물고기를 구경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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