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결혼 19년차 남편한테 정 떨어진 이유

너무 사소해서 아무도 공감 못하실 것 같지만 결혼기념일을 맞아 혼자 곱씹어 봅니다. 

한 때는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애 낳고 치열하게 살다 보니 어느새 한 집에 사는 남남이 되어 있더라고요. 어디서부터 엇나간 걸까요.

 

남편은 수건을 쓰면 항상 젖은 수건을 똘똘 뭉쳐놔요. 사용한 수건은 잘 펴서 걸어놔야 곰팡이 냄새가 안 난다고 수십 수백번을 말했지만 여전히 말 안 들어요. 저희집 수건은 하나같이 퀘퀘한 냄새가 나요. 새 수건도요.

 

화장실 휴지 떨어지면 새 걸로 갈아 끼우는 건 다음 사람 몫. 미처 모르고 용변 봤다가 아침부터 욕나와요. 우유나 음료수도 다 마시고 한 방울 정도 남긴 빈병 다시 냉장고에 넣어놔요. 그럼 마저 마시고 빈병 재활용함에 넣고 나갔다 올 때 다시 사다 채워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둘다 재택하는 날이 많은데 하루에 커피 차 기타 음료수 한 열잔은 마시는 것 같아요. 저는 하루에 컵 하나로 씻어가면서 쓰는데 남편은 매번 다른 컵을 써요. 그것도 괜찮아요, 전에 쓴 컵을 씻어놓기만 하면요. 씻기는 커녕 책상에 그대로 놔둬요. 저녁이 되면 찻잔 유리잔 열 몇개가 책상에 전시회같이 놓여있어요.

 

남편은 베이컨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것도 지방 많은 미제 베이컨을 사다 쟁여놓고 주말에 혼자 구워먹는데 굽고 나면 기름이 반 컵 정도 나와요. 그걸 언제나 유리 종지에 담아서 부엌에 놔둬요.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어떨 땐 굳은 다음에 종이타월로 닦아서 버리려고 둔거다, 어떨 땐 다음에 요리할 때 쓰면 좋을 것 같아 모아둔거다. 물론 다음에 버리지도 쓰지도 않아요. 부엌 창틀에 하얀 지방이 굳어있는 유리 종지가 주루룩 늘어서 있어요. 가끔 들여다 보면 역겨워요.

 

이 외에도 많은데... 너무 사소하죠? 물론 굵직굵진한 문제도 많이 겪었죠. 돈문제, 가사분담 문제, 아이 양육에 너무 다른 가치관, 시부모님과 저 사이에서 중재 안 한 원망, 기타 등등. 하지만 제 생각엔 이런 일상의 사소한 문제, 생활습관의 차이 때문에 사이가 더 틀어진 것 같아요. 다른 부부들은 안 그러신가요? 그냥 계속 같이 살거면 무시하고 넘기는 법을 터득해야 할 텐데 19년이 지나도, 참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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