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가 잠시 저희집에 머무르게 된지 한 달이 지났어요
숨어만 지냈고, 숨어 지내는 곳과 밥 화장실이 있는 곳이 달라
밥먹을 때만 거실을 건너가곤 했죠 아직 어려 그런지
새벽엔 혼자 그리 우다다 거리고 뛰어 놀아요
그래도 낮엔 여전히 침대 아래에 자리잡아 나오지 않고 어쩌다 밥먹으러 가다
마주치면 그렇게 화들짝 놀랄수가 없고요
하도 놀래니 침대 아래에 있는게 마음 편할 것 같아 그대로 두었는데
한달이 지나면서 저와의 거리가 조금 좁혀 지더라구요. 2미터? 가끔은 1미터?
그래서 침대 아래를 폐쇄했어요 너무 그쪽에서만 자리를 잡을까봐. 그랬더니 밖으로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숨을 곳을 다 막았더니 창문 옆 쇼파위에 자리잡아 햇빛도 쬐고, 쇼파 정중앙에 누워
잠도 자고 그러더라구요. 다가가서 좀 쓰다듬어도 피하지 않고 그정도? 이제 침대 아래를
폐쇄하지 않아도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요.
그런데도 가끔은
침대 매트 밑이나,
이불안에 들어가있어요
궁금한 점은
이게 좋아서 들어가 있는건지, 숨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숨는 거라고 생각해서
완전히 이불 안으로 들어가 있을 땐 이불을 걷어 내거든요
주말에 아이가 기숙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아이와도 친해지지 않은 상태라 주말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아 다시 숨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늘도 애가 안보이길래 찾다가 보니
이불 안에 들어가 있어서
이불을 걷어내고 살살 쓰다듬었는데
살짝 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두달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 뭐 물려고 할 거 까지야 있어? 막 서운한 기분도 들고요
잘 자고 있는 애 이불 걷어 만져서 애가 예민해 졌었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요즘은 제가 막 움직이고 있으면
한 2미터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는데요
가까이 가면 또 나살려라 줄행랑을 쳐서
있어도 없는 듯, 봐도 못본 듯
그렇게 지내는데
마음을 쓰자니
너무 마음이 쓰이고
마음을 안쓰자니
그것도 마음이 쓰이고
오늘은 물려고 하는 느낌을 받으니
고양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금한 점은,
아이가 기숙들어가고 남편이 장기 출장이라
쟤랑 저랑 둘이 지내는데
저도 재택이라 바빠서
쟤 따로 나 따로 사는 듯
이렇게 지내도 되는건가 너무 내가 무심한가
이불 안에 들어가 있는게 숨는건가 자는건가
하는 거예요
아 그리고 밤에는
제가 거실에 있을 때
방문 밖으로 나와 제 쪽을 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왜그러는 걸까요..?
쟤가 우리집에서 불행한것만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