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군 입대 앞둔 아들의 효도(?) 여행

4월 중순 군 입대하는 아들이 이번주 주말 일정 비워두라고 하대요. 그래서 비워뒀는데 어디 가는지 말을 절대 안 하는 겁니다. 

 

아침 10시에 집을 나서 판교역에서 점심 먹었어요. 아들이 일정표 다 짜놨더라고요. 태국 음식 먹고 경강선 타서 50여분 달려 한적한 앙성온천역에 내렸어요. 온천이 목적이냐 하니 맞다대요. 앙성이란 동네 첨 들어보는데 암튼 거기서 버스 타고 슉소로 예약한 이든호텔까지 버스 타고 이동 했고요. 

 

남편이랑 저는 아이 없을 때 이 거리면 굳이 판교까지 버스 타고 올라갔다 기차로 다시 내려오는 게 더 번거로운데 왜 자차 이동을 못하게 한거냐 궁시렁 거렸죠.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운전하는 거 신경 안 쓰고 편히 다니라고 대중교통으로 알아봤다네요. 

 

암튼 어제 앙성온천역 내리리 최종 목적지가 온천이라고 말을 해주고 바로 온천 갈거냐 어디 구경 갈거냐 해서 낮 1시부터 온천 하긴 빠르니 아들이 대안으로 준비해둔 관광지 찾아갔어요. 

 

오대호아트로봇테마파크라네요 가보니 초딩 애들 좋아함직한 곳이었어요. 자동차도 없으니 갈데가 거기밖에 없었죠.  1인당 7천원이 입장료였는데 애 없이 성인 3명이라고 5천원 깎아줬다고 하대요. 

 

고물을 이용해 여러 작품을 만든 거 구경하고 야외(폐교를 활용하는 거여서 운동장이 있었어요)서 자전거를 탔어요. 입장료에 자전거 이용비 포함이었는데 일반 자전거가 아니고 주인이 안전하게 탈 수 있게 개조한 자전거였어요. 저처럼 자전거 못 타는 사람도 세 발, 네 발이어서 다 탈 수 있었고요. 나름 재밌게 자전거를 탔고 버스 시간이 남아 카페서 차 마셨죠. 아들이 일정을 준비하느라 돈 많이 써서 카페에선 제가 사줬어요. ㅋ

 

예약한 호텔에 들려 짐 풀고 저녁은 충주한우를 준비했대서 6시쯤 숙소를 나섰어요. 숙소 바로 앞에 농협이 있었고 거기서 힌우를 사면 근처 식당서 상차림비 받고 구워주는 시스템이었어요. 9만원짜리 모듬팩 사들고 식당 가서 맛있게 잘 먹었고 자동차가 없으니 다시 호텔 갔다 나오기 힘들 것 같아 온천 갈 준비 하고 나왔어요. 

 

호텔 내부에도 온천이 있었지만 아들이 찾아보니 평 좋은 온천이 있대서 거기로 갔죠. 차가 없으니 걸어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습니다. 제가 족저근막염이 있어 이날 좀 많이 걸으니 발바닥이 아파 왜 차를 못갖고 오게 해서 이 고생을 하게 하나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려는걸 꾹 눌러 참았죠. 

 

사실 전 온천 가는 것도 안 좋아하지만 아들이 준비한 일정 따라줘야죠. 탄산온천이 어떤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근데 온천 내부시설이 목욕탕 수준이라 실망이었어요. 그래도 좋다니 꾹 참고 열심히 열탕, 탄산원물탕 왔다갔다 하며 뭐가 달라지려나 했는데 특별히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남편은 엄청 가려웠다 하대요. 전 건성피부라  때가 잘 나오는 몸인데 탄산수라 그런가 열탕에 그리 오래있었는데도 신기하게 때가 안 밀렸어요. 

 

온천 마치니 8시 반이었고 숙소 들어가 티비 좀 보다가 1시쯤 잠들었는데 아침에 아이가 깨워 일어나 보니 10시 반이라 부랴부랴 챙겨 체크아웃 하고 숙소를 나왔죠. 아침으로 먹을 식당까지 알아둬서 곤드레 밥집 가서 아점먹으니 12시. 문제는 경강선이 하루에 4대만 다녀 기차 시간까지 두 시간이 남는 거였죠. 자차가 없으니 어디 갈데도 없어 그 동네 유일한 카페(한우 팔던 농협 2층에 있어요)에 가서 커피 마시며 기다렸죠. 

 

아들이 엄마 잘 못 걷는다고 마을버스가 기차역 바로 앞에 내려주니 그 버스 타기로 했는데 그 버스 도착 1분 전에 큰 버스가 먼저 오는 거예요. 마을버스는 도착 안내가 안 뜨는 버스라 혹시나 싶어 먼저 온 큰 버스 탔어요. 큰 길에 세워주는 버스라 역까지는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했죠. 날씨가 넘 좋아 기분좋게 걷다보니 금방 앙성온천역이었고 역에 붙은 마을버스 시간표 확인해 보니 세상에나 마을버스는 일요일은 운행 안 하는 거였어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운행. 큰 버스 안 탔음 큰일날뻔 한 거였죠. 

 

무사히 경강선 탔고 현재 판교역 가는 기차 안입니다. 아들 덕분에 삼십여년 전 대학 시절 엠티 생각나게 하는 여행을 해봤네요. 군 입대 앞두고 나름 효도한다고 용돈 모아 여행 준비한 아들이 기특합니다. 그래서 카페 가며 농협 들렸을 때 저녁으로 먹을 한우도 샀답니다. 횡성한우가 예전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안 들고 가격이 넘 올라 이젠 안 가게 되던데 여기 충주한우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고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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