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저녁을 먹던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그대로 남편이 갑자기 발작하듯 화를 냈어요.
요즘 저희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제가 좀 바쁜데
그래도 집안일이며 아이들, 남편도 챙긴다고 챙겼어요.
단 하나 너무너무 피곤해서 잠자리 요구는 몇번 거절했네요.
나누던 이야기는,
아버지가(85세)병원치료를 거부하셔서 큰일이다
엄마가(80세)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우셔서 걱정이다
그런 이야기 중에 남편이
"장모님한테도 문제가 있어"라고
아빠 그러시는걸 저희 엄마 탓을 하길래
엄마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냐 반문했더니
정말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왜 나한테 짜증을 내냐,
내 의견 안들을거면 아무 말을 말아라,
너도 장인어른이랑 고집센거 똑같다,
내가 밖에서 놀고 들어왔냐 화를 내더니
밥상을 다 뒤엎었어요.
밥그릇이며 반찬그릇들 다 바닥에 떨어지고 깨지고
식탁위와 부엌바닥으로 음식들이 다 쏟아지고.
남편이 이렇게 밥상을 엎은 적이
큰애 네살인가 다섯살 때 있었는데
중3인 큰애는 그걸 기억하고 있어서 크게 놀라진 않고
둘째는 방에서 공부하다가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 울고..
그러곤 이어서 또 소리를 더 질러대다가
혼자 온갖 짜증 다 내더니 안방 문 닫고 들어가 잡니다.
사실 저는 요즘 회사에 친정에 저희집까지 다 챙기느라
너무 피곤한 상태인데요, 빈혈과 이명이 있어요.
남편이 연애 때도 신혼 때도 아이들이 어릴 때에도
이런식으로 발작하듯 화를 낸 적이 있어서
이 사람이 이렇게 화를 내도
놀랍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지 않고.
저도 놀란게 남편에 대한 어떤 기대가 없었나봐요.
단 하나, 애들 보기에 너무 미안하고
남편이 그렇게 난장판 피워놓은걸
제가 치우는게 민망하기만 했어요.
내일 아침까지 남편 보란듯이 그냥 둘까 하다가
이게 무슨 기싸움이냐 싶어 제가 치웠습니다.
계속 드는 생각은,
남편이 미친거 같다는 생각
가족이 동의하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이 될까 하는 생각
저래놓고 또 며칠 지나면 혼자 화풀려 미안하다 하겠죠.
오늘이 금요일이라 아무래도 주말내내 집안분위기
냉랭할 것이 애들한테 미안하기만 하고요.
그나마 신체적인 폭력은 안쓰니 다행인가요?
어떤 타이밍에 이혼을 하는게 나을까
당장 다음주에 이혼서류 준비할까
애들과는 어떻게든 살 수 있을테니까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도
어떤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웃사람들 듣거나 말거나
저도 같이 소리지르고 싸울걸 그랬나요
아까 그냥 다 놔두고 내가 집을 나가버릴걸 그랬나요
정말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