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엄마가 거의 못 드셔요. ㅠㅠ

작년에 대장암이신 팔순 엄마가 병원 절대 안 가신다고 어찌해야 하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뒤로...장기요양등급 신청했으나, 조사원이 왔다가 엄마 본인이 완강히 조사를 거부하여 조사를 마치지 못하겠다고 하고 가셨습니다. 

그 조사원은 지금 요양이 중요한게 아니고 빈혈이 너무 심해보이신다고 병원 가서 수혈부터 받으셔야는게 아닌가 싶다고 병원 꼭 가보라고 하셨지만, 병원 절대 안 가는 엄마는 설득이 안 되었고... ㅠㅠ

 

119에 전화해서 이런 상황인데 혹시 병원으로 모실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본인이 정신이 또렷하시면 의사에 반하여 병원으로 모실 수는 없으니 설득해 보고 연락 달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ㅠㅠ

 

대화를 나눠보면 치매가 조금 오신 것 같긴 한데 일반적으로는 엄청 또렷하시고 짱짱합니다. 말로 이길 수가 없어요. ㅡ.ㅡ 길게 대화하다 보면 인지에 문제가 생긴 걸 느낄 수 있지만 본인 거부로 어디 검사 받으러 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먹는건 뉴케어만 드시고 식사는 거의 못하십니다. 씹어 먹는건 아주 아주 조금 억지로 겨우 드시는게 다고요. 최근엔 그것도 안 드셔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거동은 불가능. 누워서 꿈지럭거리기만 가능하시고, 상체를 조금 세우면 어지러워 다시 누워야 합니다. 심한 빈혈에 몸에 근육이 거의 없고 기운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대소변은 본인이 물티슈랑 기저귀, 휴지로 알아서 처리하십니다. '처리'라고 하지만 가족들이 보기엔 넘 더러운 상태인데 절대 손을 못대게 합니다. ㅠㅠ 냄새도 엄청 나서 같이 사는 아버지가 엄청 괴로우신 상태에요. ㅠㅠ

 

한번 억지로 씻겼다가 발버둥치고 빈혈 때문에 잠시 정신도 잃고 해서 무서워서 씻겨드리질 못하고 있어요. 본인이 알아서 잘 닦고 있으니 걱정 말랩니다. 하아......

 

그때 씻겨드릴 때 보니 예상대로 몸에 살이 하나도 없어요. 진짜 거죽만 남았어요. ㅠㅠ 

 

이렇게 가다가 마치 곡기 끊은 것처럼 점점 쇠약해져서 돌아가시는 거 아닌가 걱정입니다. ㅠㅠ

 

평소에는 그냥저냥 이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으면 본인 원하는대로 해드리자 하다가도, 며칠 식사(래봤자 떡 한 조각 같이 엄청 소량) 못하시고 뉴케어나 겨우 드시면 갑자기 공포가 밀려옵니다.

 

본인이 곡기 끊고 죽고 싶다, 그런 상태는 절대 아니에요. 조금만 몸이 더 좋아지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다고 항상 말씀하십니다. ㅠㅠ

 

제가 장녀이고 정신차리고 주요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입장이라 마냥 희망적으로 생각하긴 힘들고 뭔가 대비를 해야할 것 같은데 '상식적인' 방법은 모두 거부하셔서 지금 뭘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러다 더 악화되어 정신을 잃으시면 그땐 본인이 거부를 못하니까;;; 119를 부르면 되겠지요? 사실 지금이라도 당장 119를 불러야할 것 같은 상황인데 악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119를 부르는 느낌이라 뭔가 와닿지가 않습니다. ㅠㅠ

 

병원을 안 가시려는 이유는 첫째, 의사를 못 믿으시고;;;; 둘째, 엄마 몸은 본인이 잘 아는데 지금 병원 가봤자 의사가 해줄게 없는데 뭐하러 가냐고... 암에 관해서는 틀린 말은 아닌데(암 진단 받자마자부터 치료 거부하심), 병원 가서 빈혈 치료하고 수액을 맞든 뭘 하든 기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무튼, 의식을 잃으셨을 때 119 불러서 병원에 가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까요? 곡기를 거의 끊으면서 상태가 악화된 암 환자의 경우는 응급실에 가서 해야할 것, 할 수 있는 것, 선택하면 안 되는 것 등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위에서는 엄마 그러다 돌아가시면 노인 학대로 조사받을 수 있다고, 엄마가 병원 치료 거부하는 거 동영상 찍어놓으라는 친구도 있는데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까요? ㅠㅠ

 

사실 객관적으로는 119 구급대원이나 병원에서 저희 엄마를 봤을 때 씻기지도 않고 피골이 상접하도록 병원에 모시지도 않고 대체 이 집 식구들은 뭐 한건가 화날 것 같아요. 제가 그 입장이라도 화나서 경찰에 신고할 거 같아요. ㅠㅠ 

 

직접 케어하고 있는 아버지도 엄마가 거부하지 않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저나 남동생이나, 저희 남편도 수시로 찾아가고 설득하고 싸우고 난리피고 읍소해도 소용이 없는데, 세상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당할 것 생각하니 그것도 속상해요. 

 

요며칠 또 안 드시고 뉴케어나 몇 개 드시는게 전부라 또 패닉이 와서 여기에 끄적거려 봅니다. 답답함 드려서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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