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내가 다시 집을 짓는다면(긴 글)

도시 변두리에 집을 짓고 있어요.

아파트 리모델링만 3번 했던 초보건축주입니다.

어쩌다가 도시 근교의 오래된 낡은 주택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했는데~

신축에 가까운 리모델링이에요

준공검사까지 들어가는...

 

6개월간 신나면서도 힘든 시간을 보냈네요.

다시는 집 짓기 싫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
두 번째 집을 짓는다면 몇 가지를 꼭 챙기고  가려 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꼭 특약으로 계약서에
적어야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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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키로 진행시 현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업체에서 처리할 것을 특약으로 넣겠습니다.

아파트 리모델링처럼 당연히 업체 처리라고 생각했는데 철거가 아닌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쓰레기들이 나갈 때마다 한 트럭에 얼마씩 꼬박꼬박 청구하는데 순식간에 일이백 이상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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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흡연 금지를 특약으로 넣겠습니다.

전기, 목공, 페인트 등 다양한 인부들은 물론이고, 현장소장까지 실내에서 흡연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업체의 특징일 수 있겠지만 내가 살아갈 집과 마당에 꽁초를 던지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하고 사는 아파트는 어떨지 짐작이 가더군요. 그래서 아파트 리모델링하다가 벽에서 쓰레기 나왔다거나, 천정에서 똥이 가득 든 비닐이 나왔다는 게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음 건축 시에는 커다란 양철통 여기저기 가져다 놓고 거기에다 담배꽁초 버리라고 미리 특약 넣으려고 합니다. 징글징글하네요. 담배 뿐 아니라 음료수 병, 전선 자른 조각, 비닐 등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니 공사 끝난 후에 구석구석에서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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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업체의 포트폴리오를 더 꼼꼼하게 들여다봐야겠습니다.

계약 전 보여준 건축물들이 업체에서 일부분 시공해놓고 전체를 공사한 것처럼 부풀렸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 또한 초보 건축주의 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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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업자가 권유하는 부분이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지 꼭 물어보겠습니다.

디자인적으로 추천하는 부분이 모두 추가 비용이 지불된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공사기간 늘어나고 추가 비용 발생시키는 그들만의 비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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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서와 일하는 사람 수를 꼼꼼히 보고 현장에서 질문하겠습니다.

한 명 일하면 1품인데요
3품이라고 적고 2명 일하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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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을 미리 염두에 두고 건축 비용 준비하겠습니다.

집을 짓는 비용에 조경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건축 비용은 항상 예산을 초과하기에 막상 조경에 들어가니 그 비용이 참 부담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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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인건비가 정말 무섭습니다.

삽으로 시멘트 섞고 벽돌 나르는 보조 아저씨도 식비 빼고 17만원 받아 가구요.

미장 아저씨는 20만원, 기술 조금만 있어도 25만원, 목수 아저씨는 30만원
물가가 올라간 만큼 인건비도 엄청나네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당 17만원 성실한 보조 인부 구하기도 싶지 않습니다.

제가 기술 없는 남자면 집에서 노느니

하루 일하고 17만원 벌 것같은데도 말이죠.

그런데 하루 30만원씩 따박따박 받아가는 50대 목수아저씨는 집이 없답니다.ㅜㅜ

술 먹고 외제차 사느라 집이 없다고 해서 작은 충격이었습니다.

 

계속 자재값도 오르고, 인건비도 올라서 잘 지어진 신축 사서 

내가 살기 편하게 살짝 고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살면서 평생 한번도 안 해볼 수 있는 집 짓기 공사 후 개인적인 경험을 

잊어버리기 전에 82쿡에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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