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과의 새로운 화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남편이 제 말을 안 듣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슨 말을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 스케쥴을 꼼꼼히 확인하고 장볼 리스트도 챙기고 아이 일정도 챙기고, 그러면서 남편한테도 오늘 저녁에 누구네랑 약속있는 거 알지? 몇 시에는 출발해야 해. 그렇게 계획을 짜고 움직어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인데요. 남편은 제가 이런 걸 알려주면 피곤하다고 생각하고 잔소리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시어머님이 절대로 잔소리 안 하고 우쭈쭈 키우셨거던요. 

 

특히 아주 사소한 문제, 예를 들면 퇴근하면서 혼자 마트나 편의점에 들려서 자기 좋아하는 간식을 사오는데요, 제가 아침에, 있다가 집에 올 때 거기 마트 들를거면 우유 계란만 좀 사와요 난 오늘 회식이라 많이 늦을지도 모르니까, 이렇게 부탁하면 절대 안 사와요. 내가 먹자는 것도 아니고 아이랑 남편이 먹을 건데, 하다못해 화장실 휴지같은 거 한번 사는 법도 없고, 얘기해도 꼭 까먹고 자기 과자랑 쥬스만 사와요. 그럼 내가 그냥 사면 되지 싶다가도 언제나 나만 그런 걸 챙기고 직장일이 훨씬 바쁜 제가 밤늦게 퇴근해도 아이 간식하나 안 사다 놓고, 어떻게 인간이 니 입만 입이냐 같이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일부러 부탁했잖아, 그렇게 따지면서 싸움이 시작되었거든요.

 

그러다 얼마 전부터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봤어요. 제가 요새 강연을 많이 나가는데요, 청중들이 의외로 호응이 좋은 화법이 세 번 리마인드 더라고요. 1)자, 이 부분이 오늘의 핵심이에요, 잘 들어보세요 => 2) 아까 제가 핵심 포인트라고 했던 거 뭐였죠? => 3) 마지막, 오늘 강연의 핵심은 뭐다? 같이 반복해 볼까요? 이렇게 물어보면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남편한테도 그랬어요, 오늘 무슨 마트에 들르나요? 들른다기에 크랜베리 쥬스랑 탄산수 좀 부탁해요, 편의점엔 잘 없으니까. 좀 있다가 아까 뭐 사다달라고 부탁했죠? 물었더니 부탁한 건 기억 나는데 뭐였는지 기억 안난다고 머쓱하게 웃더라고요. 다시 얘기해주고 세 번째, 오늘 뭐 사다 달라고 부탁했는지 기억하냐 물었더니, 쥬스! 하는데 또 하나는 기억 못하더라고요. 잘 생각해 봐, 초성이 ㅌㅅㅅ 그래도 기억 못해서 얘기해 주니까, 미안! 하고 웃으면서 다 사다 줬어요. 

 

결국 한 번 얘기하고 나중에 왜 그걸 못 알아들었냐고 화내고 감정 상하는 것 보다 아이 다루듯 학생 다루듯 반복 학습 시켜주는 게 서로 관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결론이네요. 아직까지는 아주 잘 통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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