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사 문제.. 저는 mz인가요 착한 며느리 병인가요

저는 결혼 10년차 초등 저학년 아이

둘 있는 30대 후반 워킹맘입니다.

 

저희 시댁은 차로 두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구요

추석 설 명절 차례 따로 기일에 지내는 제사만

일년에 세 번(조모, 조부, 증조부모)인데

공교롭게도 그 세 차례 제사가 3,4,5월에 몰려 있어서

한 달 조금 안되는 간격으로 있습니다.

 

저희 시부모님 좋으신 분들이고 시댁 가도 편하게 해주셔서

사실 저는 시댁 가는 것 좋아해요.

반찬도 싸주시고 밥도 다 차려주시고 애기들 어릴때 시댁 데려가면 잘 봐주시고 솔직히 친정보다 편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연락도 거의 일주일 두세번 제가 좋아서 합니다. 거리가 먼 것 치고 자주 찾아뵙구요.

(올해만 해도 신정, 구정, 삼일절연휴에 방문했고 3월 중순에 제사, 3월 넷째주 주말에 시부모님 병원때문에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4월 초에는 가족여행 갑니다...그리고 그 다음주에 또 다른 제사가 있어요. 4달동안 일곱번입니다)

 

제사는.. 신혼 초에는 참 어마어마하게 음식도 하고 했는데

이제는 많이 줄여서 거의 하는 게 없어요.

산적 부치고 과일 좀 깎고 설거지 좀 하는 게 제가 하는 일 전부구요.. 그나마 국 끓이고 나무 무치는건 어머니가 하시고 시누들과 제 남편도 맡은 몫이 있어 적극적으로 해요. 일 분담에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친정에서 제사를 안 지내요. 저는 무교이나 부모님은 교회를 다니시구요. 저에게 제사는 그저 시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 드리려 맞춰 드리는 행위이지.. 음식하고 치우는 것 보다 사실 밥상에 대고 절하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음식에 대고 절을 하다니... 실은 코미디라는 생각도 해요 ㅜㅜ 그래도 뭐.. 어떤 종교든지 외부인 눈으로 보면 웃기는 면이 있는거니까요. 티 안내고 이해하려고 십년째 노력중입니다.

 

그런데 참 힘든 부분은 이런 점입니다.

신혼 초에는 평일에도, 다음날 출근을 해도 제사는 무조건 참석이었어요. 퇴근하고 두시간 반 달려 내려가면 사실 음식 준비는 다 끝나있고 뒤늦게 제사 지내고 설거지 마치고 다시 두시간 반 달려서 집 도착하면 새벽 세시쯤...? 그리고 일곱시에 일어나 출근했구요. 세시간쯤 자고 일어나 출근하려면 너무 열받더라고요. 몇 년을 그렇게 하다 남편과 너무너무너무 싸웠죠. 그러면서 슬슬 음식 가짓수도 대폭 줄이고 제사 시간도 7시로 앞당기는 등 나름은 개선이 되었어요. 투쟁 끝에 평일 제사는 남편만 보내게 되었구요.

 

그런데 애매한 것이 일요일 제사입니다.

일요일 제사는 준비 시간이 주말이죠... 네...

그래서 안 가보기도 마음이 불편해요. 하지만 다음날 아이들도 저도 출근 및 등교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일곱시 제사 지내면 치우고 밥먹고를 한시간 안에 말도 안되게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해도 최소 열한시예요. 이제 초등학교 입학한 둘째는 아침마다 일어나는 것으로 전쟁인데... 3월 신학기 적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저와, 일요일은 주말인데 왜 안되냐 핑계다 라는 남편이 부딪힙니다. 제가 아무리 말씀을 드려 보아도 저희 시아버님은 제사 횟수를 줄일 생각도, 시간을 7시 이전으로 당길 생각도 없으세요. 제사 음식을 지금만큼 줄이고 시간도 당긴 것 만으로 당신께서는 큰 양보를 하셨다 생각하시니까요... 남편은 아버지 나이들어 가시는 것이 안타까워(남편이 막내라 아버님 70후반) 그냥 맞춰드리고 싶어하구요.

 

저는 남편 혼자 다녀와라, 남편은 저 안가면 애들만이라도 데려가겠다, 저는 애들 다음날 학교 가는데 어딜 데려가냐, 남편은 일요일은 주말이다... 무한 도돌이표 싸움입니다.

 

시부모님이 정말 이상한 분들이라면

시댁가는게 정말 괴롭다면

다른 사람들은 놀고 저만 죽어라 일하는 분위기라면

죄책감 없이 안갔을거예요. 완전 보이콧 했을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죄책감이 들어요.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오기만 하면 된다는데,

그것도 가기가 싫으냐? 이런거죠.

아니 다음 날이 평일만 아니면 저도 기쁘게 간다구요.... 

저는 이기적인걸까요 아님 착한병일까요

지금도 내일 저녁 제사를 애들 데려간다는 남편이랑

한바탕 싸웠는데요...

저도 저를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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