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 시어머니는 다른줄 알았어요

결혼 4년차 / 시댁 도움 없이 시작 / 결혼 예물은 지갑 1개

내가 집값 80% 부담

남편 사업자금 대주고(100% 아니고 어려울때마다 돈 대줌)

생활비 반반

 

시댁 관련글에 항상 등장하는 조건들이라 미리 적었어요.

 

올해 80 되셨고 성품 인품 다 좋으세요.

종교에 심취하셔서 늘 저도 같은 종교 갖기 바라시는거

알지만 강요 안하시고 참을줄 아세요.

명절 차례 끝나면 어서 가서 쉬라고 배려하시는 센스도

있으시고 안부전화 강요 안 하세요.

평범한 서민이시지만 자식들에게 부담 안 주려고

아버님 80 넘어서도 일 하시고 계세요 

 

주위에 늘 베푸셔서 인기도 많으시고

긍정적이고 밝은 분이라 

제가 82에 시부모님 자랑도 했었어요.

가진건 없으셔도 난 인성 나쁜 부자 시댁보다

내 시댁이 훨 낫다고 진심 감사히 여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시가쪽에 초상이 나서 남편이랑

시부모님, 시누이와 시조카 모시고 조문 다녀왔는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요즘 남편 일이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걱정하시다가 아침 먹으라고 잔소리 하셨어요.

정작 남편은 아침 먹고 가라고 해도 질색하면서

후딱 나가버리는 사람인데 어머님이 얘가 결혼 전엔

하루도 안 빼고 아침 먹던 앤데 왜 아침을 안 먹냐...

하시길래 제가 이 사람 아침 원래 안 먹었다고

먹기 싫다던데요? 했더니 갑자기

"니가 안 차려주니까 안 먹는거지!!" 소리 지르시는데

순간 제가 완전 빡쳤어요.

 

이게 무슨 자기 아들 아침 먹여 회사 보내는 

등원도우미 취급인가 싶고 그렇게 안타까우시면

아침마다 보낼테니 아침 먹이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선 쎄게 넘으신건 처음이라 그냥 넘어갔어요.

 

남편이 7시 반에 나가는데 자긴 9시가 넘어야 배고프대요.

그래서 주말엔 3단 플레이트까지 동원해서

호사스러운 아침 차려줘요.

 

처음 3년간은 50 넘은 아들이 생활비 150 갖다주고

사고는 사고대로 쳐서 작년엔

이혼 전제로 별거하다 겨우 다시 합친터라

이런 사정 다 아시기에 조심하시는것 같더니

내 새끼 얼굴 축난거 보시니 바로 본심이 튀어나오네요.

 

여태 뒤늦게 본 며느리 잘 봤다고 주위의 부러움

한 몸에 받으실 만큼 잘 해드렸는데

이젠 다시 이런 일 생겨도 제가 타격 안 받고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만 해드리면 되지요.

 

금쪽같은 하나뿐인 아들 혼자 늙어가는거 보며

속 태울만큼 태우신 분이라 뒤늦게라도 제가 

위안이 되어드리고 싶어서 정말 잘 해드렸는데

마음이 저절로 거두어지네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