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문제로 여기 올려서 조언도 얻고 했었어요
남자아이고 중등부터 우울하고 힘들고 또래 사이에서 괴롭힘도 당해서
결국 고1 말에 자퇴했어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부터 살리자 싶어서요
당시 아이는 지금 죽어도 아쉽지 않아, 라는 말을 진심으로 했었거든요
우울증 약 먹고 대인기피증이 있어서 거리를 걷지 못했어요
맞은편에 사람이 걸어오면 무서워했거든요
사람이 너무 싫고 아무 기대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요
착하고 마트 가면 꼭 짐들어주고 제가 아프면 걱정해주는 고운 마음의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약하니까 무시당해서 너무 아파했어요
대안학교 간 지 얼마 안되었어요
여긴 공부하는 곳은 아니고 제 아이랑 비슷한 아이들이 쉬면서
자기를 찾는 그런 곳이에요
아이가 어제 요즘 최대 고민이 웃음이 참아지지 않는거래요
친구들이랑 눈을 마주치면 웃음이 터져나와서 계속 억지로 참느라 너무 힘들대요
그동안 웃지 못한 것들이 쌓여있다 지금 터져나오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랑 비슷한 남자 아이들을 만났대요
조용하고 수줍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아이들이요
이 학교도 구성원이 매년 복불복인데 올해는 좋은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작가가 꿈인 아이는 쉬는 시간마다 글 쓰고 있고
기타 잘 치는 아이는 쉬는 시간에 같이 기타치며 노래를 부른다네요
저희 아이는 미술에 관심이 있고요
그렇다고 입시를 향해 달려가진 않아요 지친 아이들이 오거든요
아이 얼굴이 밝아지고
이제 외출도 하고 싶어하고 문예 동아리도 만들겠다고 학교에 건의도 했다고 하고
얼마 전의 아이와 많이 달라졌어요
교장 선생님이 아이가 잘 하는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 강사를 한번 해보겠냐고 해서
하겠다고 했대요 이 녀석이 중등부터 내내 3D 모델링을 혼자 했거든요
그래, 이렇게 쉬면서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 하고
저도 진심으로 기뻐했네요
늘 좋을 수만은 없고 또 갈등이 생기겠지만
선생님들이 중재해주고 대화할 수 있는 분들이라
이겨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이제 정말 대학에 대해서도 마음을 내려놨어요
공부라는 압박에 어떤 식으로든 버티며 갈 수 있는 아이들이 대다수라도
내 아이는 못하는 약한 아이인데 그걸 억지로 구겨넣으려다
정말 아이를 깨트릴 뻔 했거든요
차라리 정말 아이만 들여다보니 마음이 편하네요
어차피 입시가 아닌 다른 길로 가기로 한 거 정말 아이를 믿어보자 싶구요
대학이든 기술이든 상관없다 싶기도 해요
남편도 그 부분은 동의하더라구요 시대도 너무 많이 변했고요
어쨌든 한숨 돌리고 가네요 친정같은 82에 말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