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첫사랑도 아니고 짝사랑인데 결혼 전 남편 친구들 소개받는 자리에서 술 약하고 입은 가볍고 눈치는 말아먹은 친구가 그 흑역사를 줄줄이 읊어줘서 알고싶지 않은 과거사를 다 알게 되었는데 이십년 후에도 그 애틋함이 살아있었나봐요.
한 달 전에 장례식장 갔다가 그 여자 재회하고 아주 꿈 같았나봐요. 그 여자는 무슨 이유에선지 그동안 학과 모임에 전혀 안나오다가 그 날 참석한 것 같아요. 검색하면 이름 나오는 잘나가는 여자가, 동기였을 때도 눈길 한번 안줬던 남자에게 관심이 있을까 싶은데 어떻게든 밥 한 번 먹어보겠다고 거절해도 계속 들이대고 있는 남편 카톡 보니 참 안스럽네요.
남편이 직업적으로 나름 성공했고 외모도 나이에 비해 괜찮은 편인데 저런 숨겨진 찌질함을 나는 몰랐고 그 여자는 알아서 쳐다도 안봤나 싶네요. 집안 어른 소개로 만나 무난하다 싶어 결혼했고 큰 애정은 예나 지금이나 없지만 한심해보이지는 않아야 되는데 오만 정이 다 떨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