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해고해도 될까요(관세사랑 일해보신 분)

저는 작은 회사에서 무역사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10년 정도 이 회사에서 이용하는 관세사(정식 자격증 없음)가 있습니다.

50대 중반? 부산 남성분이고 사투리 심하고 능글맞은 성격입니다.

초반에 얼굴도 제대로 안나온 멀리서 찍은 제 카톡사진 보고 당장 만나러 오고 싶다고 가슴이 떨린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다큰 자식이 있는 분이에요. 

여기는 서울 그쪽은 부산입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고 전화 통화만 합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조건 의논할 정도로 항상 친절하고 사고가 터져도 융통성 있게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점점 업무에 능숙해질수록 실망스러워서 그만 거래하고 싶어요. 

그동안 융통성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모두 본인이 자초했던 사고 해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분의 실수들에 대해 써볼게요. 판단 부탁드립니다.

 

첫번째.

FTA로 한국-아시아-유럽 수입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익숙치않은 규모가 큰 거래였습니다.

수입시 기본이 되는 중요 서류가 있는데 물건이 들어오기 두달 전부터 거래처에서 보내줍니다.

이상없는지 관세사가 초반에 체크해줘야 하고 다른 관세사라면 한번이면 끝나는 수정 요청을

두달에 걸쳐  총 4번을 수정했습니다. 내용 간단하고 한장만 4번이에요. 다른 서류 수정까지 치면...

처음 확인 요청하면 한두시간 후에 문제없다고 바로 답변 옵니다.

시간 일주일 정도로 충분하니 제발 차분하게 봐달라고 하면 알았다고 하고 첫 번째 수정 요청합니다.

실수가 반복되니 관세사가 문제없다고 답변해도 해외 거래처에 바로는 연락 안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도 수정 요청했더군요.

3국거래라서 제가 해외 거래처에 요청하면 그 거래처가 또 유럽 거래처에 요청해야 합니다.

나중엔 거래처에서도 제발 수정요청은 한 번에 끝내달라고 사정합니다.

두번째.

정말 급하게 선사에서 서류 발급받아야 돼서 관세사에 당일 발급 가능하냐 문의하자

A서류가 필요하다고 답변 들었습니다. 저는 거래처에 A서류의 '스캔본'을 요청했습니다.

당장 메일로 받으려면 당연히 스캔본이니까요.

A서류 요청하자 거래처에선 그게 왜 필요하냐고?? 반발했지만 사정하고 받아냈습니다.

관세사에 넘기자 A서류 스캔본이 아니라 오리지널 원본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황당해서 원본은 우편으로 발송받아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  당일 발급이라 하지 않았냐, 하니까 한참 있다가 그럼 B서류를 거래처에 요청하라고 하더군요. 받기 쉬운 일반적인 서류였어요.

세번째.

이제 진짜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출고 전날 연락이 왔습니다. 마지막에 수입신고하려고 보니 수출회사의 주소가 식약청에 등록된 주소와 다르다. 당장 서류 수정해서 보내달라고...

또 해외 거래처에 수정 요청.. 

(수출회사 주소는 관련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수출회사 실수 관련해서 관세사에 문의하자 이럴 땐 선사에서 어떤? 처리만 해주면 되니 며칠 기다려야 한답니다. (선사관련 업무는 관세사가 알아서 함. 더군다나 잘 아는 지인이라고.)

그동안 계속해서 진행상황을 물었는데 본인도 모르겠다고 엄청 답답해하더니 한참 지나 결론은 선사에서 처리해야 되는 걸 선사가 몰라서 아무 진척 없이 날짜만 가고 있었다고 이제 본인이 얘기했으니 괜찮다고... 

다섯 번째.

다른 관세사와 다르게 직접 현장에서 일한다고 수수료를 다른 곳보다 더 주고 있습니다.

관세사한테 간단한 부탁을 했습니다. 그동안 종종 해오던 부탁이에요.

세관 검사 전에 창고에 가서 매직으로 10 상자에 중량만 써달라고..

이틀 후 큰일 났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상자에 중량표시가 없어서 세관에 걸렸다고.. 

저는 말문이 막혀서 맘대로 하라고 하고 끊었습니다.

(중간에 못한다거나 했다면 다른 분께 부탁할수도 있었어요)

나중에 해결됐다고 의기양양 전화 왔습니다.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설득했다고.

세관 직원한테 던지고 왔다는 케이크 비용을 청구하더군요.

여섯 번째.

수입품이 입항하기 전, 문제 없는지 제발 몇 번을 확인해달라고 하고 관세사가 시키는 그대로 일일이 컨펌 받아서 진행하는데 문제가 터집니다.

그럼,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가 오고, 나중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죽다 살았다고 능청스럽게 말합니다. 본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문제가 생긴 거면 애초에 본인 실수 아닌가요? 그 부분을 지적해봤자 죄송하다고 말로만 억지로... 풀이 죽어 입으로만 사과하니 죄책감들고 말해봤자 바뀌지도 않아서

이제 아예 길게 말을 안합니다. 치매환자랑 얘기하는 기분이라 카톡으로 의사소통 하자고 하니 귀찮아서 카톡 못보겠답니다.

 

위의 말한 문제들은 수입 한 건 진행하는 한두 달 동안 일어난 실수들이고 저것도 추려낸 겁니다. 

자잘한 실수들은 말도 못할 정도입니다. 비과세 품목을 과세로 신고하여 백만원 정도 잘못 납부한 적 있는데 제가 뒤늦게 발견하고 수정요청했고요. 한달 후 환급받았습니다. 말안했으면 몰랐겠죠. 이런 실수는 웃어 넘길 정도예요.

최근에도 물건 들어오고나서 제가 서류상 이상한 점 발견하고 관세사에 문의하니까 그제서야 또 심각하게 큰일이라고, 통관 못한다고 해외 거래처에 서류 요청하라는 답변이었습니다.  이상한 점은 바로 전에 수입할 땐 제가 이 부분을 몰라서 그냥 넘어갔는데 문제 없이 수입이 됐다는 거예요. 납득이 안되는 상황이라서 다른 관세사 동료분들께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는데 물어봤대요. 거래처와 며칠 동안 전쟁을 치른 끝에 알아낸 결론은 굳이 서류 필요없이 전화 한 통이면 해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도 당연히 식약처나 다른 수입업체 직원 등 문의는 했는데.. 식약처는 원칙대로 서류 준비하라고 하고,  마지막 희망으로 어렵게 다른 관세사에 문의해보니 ~~에 전화 한통이면 해결된다고 서류 필요없다는 답변 들었습니다. 그대로 외워서 전달하자 우리 관세사는 그래요? 하더니 긴 말 안하고 전화 끊었어요.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보고도 없고 저한테 할 말 있으면 카톡으로만 연락합니다.

 

사장이 다혈질이라 심각한 실수만 그때그때 짧게 간추려 보고 했는데 10년 같이 일했는데 굳이 바꿀 필요까진 없지 않냐고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발벗고 나선다는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입고시 창고까지 나와서 힘든 일 하고.. 고생했다고 징징거립니다. 저희는 입고시 현지에 있는 60대 사장 지인분께 수고료 주고 도움받고 있는데 그 분이 관세사 없이 일을 어려워하십니다. 

일년에 한두번 FTA수입만 실수가 유난히 많은 편이고 평소엔 이 정도는 아니에요. 

지금까지 관세사 실수들은 모두 기록하고 제 머리속에 새겼기 때문에 같은 실수는 없을 거에요. 좋은 점도 있네요. 단순 무역사무 직원치고는 서류보는 눈이 날카롭고 지식이 꽤 늘었습니다.

저도 웬만하면 변화를 싫어하는 편이라 그동안 참고 참고 참았는데... 

나이 많으신 분께 무례하게 쏘아붙이고 나면 자기혐오 생기고 스트레스 받고 소화 안되고 잠못자고 하다 보니.. 내 정신건강을 위해 사장 설득하고 다른 관세사로 옮겨야 할지, 명상과 기도를 통해 관세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손해는 사장 것.. 하며 정신승리해야 할지 선택을 하려고요.

 

이글 쓰는 도중에도 또 자잘한 실수 한 건 추가네요. 하하... 

5,60대 남성분들과 주로 일하는데 편견이 생기려고 합니다.

정말 가끔 업무 깔끔하고 말할 때 매너 좋은X 지키는O 사람 만나면 호감이 생길 정도예요.

이 정도 쓰고 보니 감정이 차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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