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펌] 사직한 전공의에 대하여 보건복지부가 병원에 강제등록을 강요하는 것

여러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시험 합격 후 수련의, 전공의 예정자들이 서면으로 합격포기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합격포기서를 사직서로 간주해서 보건복지부의 명령에 따라 수리를 거부하고 강제등록을 할 예정이라고 수련의와 전공의에게 통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강제등록에 대해 법적인 해석을 아래와 같이 씁니다. 

 

강제등록이라는 건 대학병원과 수련의, 전공의 간에 근로계약을 강제로 체결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제상 근로계약이라는 것은 쌍무계약입니다. 이는 계약의 양 당사가자가서로 대가적 관계의 의무를 계약하는 것을 말합니다. 근로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근로계약입니다.

 

이러한 근로계약의 전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민법의 원칙은 사적자치의 원칙입니다. 당사자들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자기가 원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으로서 이는 근대사법의 기본을 이루는 대원칙입니다. 이 원칙이 선언하는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계약은 자신의 책임 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법률적 무지 등으로 인한 불합리한, 혹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는 당사자의 계약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신은 민법 제 103조 내지 105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 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제 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제 105조(임의규정) 볍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 

 

이 조항들을 통해 알 수 잇는 기본적인 사항은,

당사자간의 계약은 당사자들의 책임 하에 체결되는 것이므로 유효하다. 다만 그 내용이 '반사회적인 경우'.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한하여 국가가 개입하여 계약을 무효화한다는 이 두가지입니다.

 

그러면 이런 전제하에 대학병원의 위와 같은 조치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수련의, 전공의에게는 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수련의, 전공의에게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권리가 여전히 유보되어 있습니다. 수련의, 전공의 과정 합격 통지가 계약의 체결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간단히 검토할 문제가 있습니다. 병원이 공시한 수련의 전공의 모집공고가 계약의 청약에 해당되는가입니다. 계약의 청약이란 민법 제 527조 이하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 만약 모집공고가 계약의 청원이라면 수련의, 전공의가 모집에 응하는 순간 계약의 승낙이 되어 근로계약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응시자 전원이 합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집공고는 계약의 청약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수련의, 전공의 후보자들의 응시는 계약의 청약이 될 수 있을까요? 계약의 청약임을 인정한다면 병원의 합격 통보는 계약의 승낙이 되므로 그 순간 근로게약이 성립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근로계약의 특성 때문입니다. 민법 조항은 일반적인 계약을 규정한 것이지만 근로계약의 경우는 근로기준법이 별도로 규율합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 15조 이하에 의하면 근로계약은 기본적으로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서면으로 체결하여야 합니다. 구두계약도 무효인 것은 아니지만 이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구두계약이 체결되고 서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계약자유의 원칙상 수련의, 전공의들이 모집공고에 합격한 후 합격을 포기했을 때 병원이 등록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걸 가능하다고 해석하면 헌법이 규정한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넘어서는 강제근로의 의무를 허용하게 됩니다. 병원의 등록은 근로계약을 의미하고, 이걸 유효하다고 하면 수련의, 전공의들에게는 근로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은 그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에 구현되어 있습니다. 

제7조(강제근로의 금지) 사용자는 혹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아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병원의 강제 등록은 근로기준법 제7조에 위반하는 것으로써, 이렇게 강제 등록을 해서 수련의, 전공의의 근로를 강제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제 107조(벌칙) 제7조, 제8조, 제9조, 제23조제3항, 또는 제40조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병원장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형법상 강요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324조(강요) (1)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병원장은 보건복지부의 명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행위라고 항변하겠지만, 행정관청의 부당한 명령이 있더라도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고 등록하는 행위도 근로기준법 제114종 제1호, 제17조에 의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이 경우는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조항으로 처벌받지는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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