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24살 된 제 고양이를 보냈습니다

이름이 춘향이예요

2000년 6월12일 한국에서 태어났고 2024년 2월 27일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떠났습니다

제가 길에서 구조한 길냥이가 낳은 아이였어요

제손으로 직접 태줄을 끊었고 저와 23년 8개월을 살다 갔네요.

그애가 태어났을때 29살이었던 저는 이제 53살이 됐네요.

 

한배에서 3녀석이 같이 태어났고 몇년후 녀석의 엄마는 사고로 죽었고

춘향이 3형제는 저와같이 2004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왔어요.

아직도 고양이 3녀석을 데리고 아무도 없는 토론토 공항에서 내리던 날 밤 바람속에서 느낀 

두려움과 외로움의 냄새가 기억납니다.

다른 형제들은 다들 오래전에 갔고 유난히 애정많고 똑똑했던 춘향이만 제곁에 오래 남아있어줬죠

 

6년을 신장문제로 고생했고 3년 반 전부터는 눈도 안보였고

그외에도 많은 여러 건강문제가 있었지만 하루 한두번씩 꼭 잊지않고

제 손이 닿으면 골골거리는걸 한시간씩 해줬던 아이예요

제게 동물이 주인에게 보여주는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깊을수있는지 보여줬던 아이고

내가 얼마나 깊게 한 생명을 사랑할수 있는지 또한 알게 해줬던 아이였어요

 

이젠 저도 녀석을 보살피느라 자다가 깨는 일 없이 밤새 잘 잘수있게 됐죠

안깨고 푹 자본게 몇년전의 일인지 기억도 나지 않거든요

녀석도 불편하고 힘들었던 육체를 벗고 더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났을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머리로는 상황이 이해가 되고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도 들고 그런데

......

숨을 못쉬겠어요...

오늘 뒷마당을 파고 묻었거든요

힘들었던 몸에서 자유로워졌으니 다행이다 싶어서 그렇게 미치게 슬프다고 느끼지 않는데

 왜 이렇게 숨을 못쉴거 같을까요....

 

다른 두녀석을 보낼때는 나름 담담했던 남편이 

오늘 온몸이 맞은것처럼 아프다고 아무일도 못하고 서성입니다.

우리 춘향이 좋은 곳으로 잘 가길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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