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항상 나를 불쌍하다고 하던 친구

소소한 일이지만 스트레스 받아서 여기서 소심히 풀고갑니다.

 

안지 십년 좀 넘은 대학원때 친구가 있는데요, 저보다 약간 어린 동생입니다. 그때는 둘다 해외살이 중이었고요. 그 친구는 졸업후 현지 남자랑 결혼했고 그때 당시 저는 싱글이었어요. 혼자 졸업후에 직장 잡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으며 다니다가, 회사 몇번 옮긴적도 있고 맘고생은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저만 보면 말끝마다 언니 불쌍해. 불쌍해라는 말을 늘 달고 사는 겁니다. 제가 이 나라 어디를 안가봤다 해도 불쌍하다하고, 밥을 돈아끼려 집에서 해먹는다해도 불쌍하다하고, 남자랑 데이트했는데 잘 안됐다고하면, 안타깝다는 말보다 늘, 어머!!!!언니 넘 불쌍해~~~가 먼저 나오는 애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불편해져서 제가 그 친구에게는 깊은 속 이야기를 안했었거든요. 아무리 제가 프리랜서에 작은 회사를 다닌다 쳐도, 그친구 수입에 세배는 벌었고, 남자 덕분에 영주권딴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 직장다니며 영주권땄는데 제가 뭐가 그리 불쌍한지 전 잘 모르겠더라구요.

 

어떨때는 자기 집에서 쓰다 만 이케아 식탁을 발코니에 쓰라고 저도 모르게 집앞으로 가져와서 갖다놓길래, 그때는 정신없어 받아뒀는데, 알고보니 다리도 금가고 뒤뚱거려서 완전 쓰레기 처리반이 된 기분이었죠. 그 이후에도 15년된 자전거 주겠다고 집앞까지 왔는데 제가 몇번이고 고사해서 돌려보냈어요.

 

그런데 왜 자꾸 인연을 이어갔나하면, 항상 친구가 100퍼센트 나쁠수만은 없으니, 그래도 저 불쌍하다고 가끔 남편하고 저 데리고 어디 놀러도 가주고 그래서, 그게 너무 고마웠고 제 공부분야를 잘 알아 그쪽으로는 대화가 잘 통했거든요. 그래서 가끔 스트레스 받아도 그냥 성격이 조금 독특하고나 싶었는데요.

 

같이 해외살이중이고 저도 친구가 그리워서 만나고는 있는데, 그리고 늘 나쁜점만 있는 친구는 아닌데, 항상 만나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있어도, 마지막에 찝찝한 마음이 항상 남는 친구를 계속 유지하는게 맞는 걸까요? 제가 넘 까칠하게 기준을 딱딱하게 세우나 싶기도 하다가도, 이 묘하게 기분 나쁜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게 현명한건지 잘 모르겠네요. 얼마전 제가 일이 좀 잘풀려서 좋은 소식을 인스타로 전했는데도, 분명 봤으면서도 연락한번 없길래, 찝찝한 마음에 여기서 속풀이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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