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강쥐 데리고 공원에 갈 때
왕큰 눈오리틀을 들고 갔어요
공원 내 나무 다리를 건너다 보니
유독 눈이 두툼하길래
그 자리에서 바로
눈오리를 30마리 쯤 찍어서
나무 위에 트리 오너먼트처럼 올려놓기 시작 ㅋㅋ
우리 강쥐는
'엄마가 미쳐가는구나' 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잠시 보더니
저도 옆에서 혼자 열심히 눈 먹기 ㅎㅎ
평소 같으면
"그만 먹엇!!!!!"
하고 꽥!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나는 나대로 눈오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겨울 마지막 눈오리다!!
이번 눈은 눈오리가 정말 잘 만들어지는 눈이다!!
이런 눈을 또 언제 만날까?
나처럼 왕큰 눈오리 만들만한 눈이 이젠 안 올 거다!!
이런 잡다한 생각과
눈오리에 대한 집념과 광기? ㅋㅋ(미쳤네!)
이런 생각에
강쥐가 눈을 먹는지 알바 없고
눈오리 만들기에 심취
만족할 만큼 하고 다리를 보니
난간에 눈오리가 ㅋㅋㅋ 주르륵
마주 보는 원앙 눈오리~
5중창 하는 눈오리~
하나씩 보초서는 눈오리들~
난리네요 ㅋㅋㅋㅋ
다행히 시골이라 공원에
아무도 없고
누구 오기 전에 토끼자 싶어
강아지에게 그제서야
"안아줄까!?" 하고 물으니
안아달라하기에
냅다 안았다
우리 강쥐는 눈을 빙수 한 그릇은 먹었는지
올인원 패딩에 넥워머도 했건만
추워서 온몸을 오들오들 떤다 ㅎㅎ;;;
미안함에 한참을 꼭 안아주며 뛰다가
내려 같이 집으로 뛰기ㅎㅎ
아침 먹고
버스타고 나왔는데
좀 있다 버스 오면 다시 타고 집에가서
공원 한번 가볼까 하다가
내가 오리 30 마리 넘게 만들었는데
뭔가 웃김과 광기 ㅎㅎㅎ
그리고 녹아버렸음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 땜에
보러가기 두렵다
암튼
우리 강아지
오늘 미안해
엄니가 오늘 눈 보고 좋아서
오리에 너무 미쳤었나봐 ㅋㅋ
너도 오늘 눈을 너무 먹더라
아무리 좋아도 웬간히 좀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