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전공의 파업

우선, 의료계의 집단 행동에 찬성하는 의견은 절대 아닙니다.

해결방법을 찾고 싶을 뿐이에요

 

의료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부에 화가 납니다.

지금 정부는 신났을 거에요

의사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으로 인해 지지율도 오른 것 같고,

디올백 사건도 묻히고.. 아마 디올백 사건이 총선의 최대쟁점이 될 수도 있었는데, 조용해졌지요

의사증원이 필요한가라는 설문에 필요하다는 답변이 90%였다지요

저라도 그런 설문에는 필요하다고 했을 거에요

그런데, 갑자기 내년부터 2천명?

거기에도 90%가 찬성했을까요?

 

과연, 의사가 부족한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의사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힘든과, 소위 기피과. 저희 가족중에 의사가 몇 명 있어요

(의사 가족이라고 편드는 건 아닙니다. 의사들 잘 못 하는 것도 많이 알아서요)

다들 돈 버는 것에는 재능없는, 그냥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소아과, 신경과, 신장내과...

개업해서 돈 버는 것에도 관심없고, 그냥 사람 살리는게 좋아서 피부미용 같은건 의사같지 않아서 쳐다보지도 않은 사람들이에요

다들 전공의 뽑기도 힘들고, 나이 50 넘어서도 당직 서면서 살아요

그런데, 의사가 부족해서 전공의를 못 뽑는건 아니에요

요즘 젊은 의사들이 힘든과에 지원을 안하는 것 뿐이에요

단지 힘들고 돈 못벌어서(?) 지원을 안하는게 아니고요,

지난번에 이대 소아과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의사가 구속됐어요

이건 의사 잘못이라고 하기보다는 병원 시스템의 문제가 컸어요

그런데 아무튼.. 의사가 구속됐어요

의사들 성향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이에요

그 사건으로 환자가 위험할 수 있는 과, 소위 생명을 다루는 메이저과에 전공의 지원이 엄청 줄었고, 소아과는 거의 전국적으로 지원이 없어졌어요

게다가 요즘 세대들 가장 중요한게 워라벨이라잖아요

메이저과는 워라벨이 없는 직업이죠

 

지방에도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요

그런데요.. 지방에는 병원만 부족한게 아니라 환자도 없어요

지방에서 큰 병 걸리면 다들 서울에 있는 큰 병원 가잖아요

큰 병 아니라 우리 기준에 작은 병도 일단 서울에 있는 큰 병원 가고 싶어해요

지방에 병원 만들면 망하니까 안 만드는거에요

얼마전에 경남에 있던 의료원도 적자로 문 닫았잖아요

그런데, 민간병원이 만들어지겠나요

그걸 의사만 많이 뽑는다고 해결될까요?

2천명씩 더 뽑으면 수도권에서 피부미용 하는 의사가 2천명씩 더 느는 거에요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도, 방안도 없이 의사만 많이 늘려놓으면 의사끼리 경쟁해서 도태되는 사람은 지방으로도 가고, 메이저과에도 지원을 한다.. 이런 개념인가요?

의사들의 경쟁력은 실력과 무관해요

환자가 의사의 실력을 판단하기 힘들어요

소위 경쟁에서 도태되는 의사들이 정석대로 치료하고 실력있는 의사일 수 있어요

환자의 병을 과장하고, 검사 많이 하고, 놔두면 좋아질 병도 수술하는 의사가 경쟁에서 이기는 의사가 될거에요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어요

없던 아이템이 만들어져요

의사들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의사가 많아지니까 병원에서 비만치료도 하고--- 결국 약 중독자만 양산하죠

백내장수술도 많이 하고 --- 백내장 수술은 평생 한 번만 할 수 있어요. 최대한 늦게 하는게 좋아요. 그런데, 그 시점을 환자가 어떻게 아나요. 의사가 하자면 하는 수밖에요. 의사가 많아지면 경쟁하면서 불필요한 수술을 하게 돼요

요양병원도 많이 생겨서 근거없는 치료도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 건강보험료도 많이 늘테고요

 

의사 수 부족의 근거로 OECD 국가의 의사수보다 적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전 OECD 국가의 의료시스템이 싫어요

의사가 하루에 20명 정도의 환자만 보고,

환자가 의사 만나려면 일주일에서 한달은 기다려야 한다잖아요

우리나라처럼 저렴하게 의사 만나기 편한 나라가 또 어디 있다고 이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나요

 

게다가 간호사까지 늘린다고 하더라구요

간호사가 부족한가요

일이 힘들고 댓가가 적으니까 일을 안하는거죠

도대체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있는건가요

 

지금 전공의들은 파업이 아니라 사직을 했어요

미국 의사고시 준비하려는 학생들이 많대요

영어 되고, 돈 있는 학생들은 외국으로 나가려고 할거에요

이제 막 학기 시작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은 아쉬울게 없어요

중간쯤에 파업하면 그동안 고생한 거 아깝기라도 하지 지금은 시작도 안했기 때문에 일년 까먹는게 그들 입장에선 별거 아니에요

지금 전공의들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가정환경에, 아직 결혼안한 솔로에.. 일 년 돈 못벌고 쉬는게 걱정이 아니에요

환자를 볼모로.. 이런 자극적인 얘기 하면서 사명감에만 기댈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정부는 강경대응만 외치고 있어요

문제해결 의지가 있는 건가요

오히려 의사들을 자극해서 파업을 장기화하고 그걸 총선까지 끌고 가려는 것 같다는 의심만 듭니다

마치 선배의사들이 후배들의 파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병원에 대한 세무조사, 압수수색 같은 걸 하려는 듯 한데 병원이나 대학 교수들은 전공의들 파업해서 아주 갑갑한 입장입니다.

달래고 있는데, 설득이 잘 안된다고 해요

옛날에는 파업하면 모여서 회의하고 앞으로의 방향 같은거 설정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각자 흩어져서 각자 살길 찾는 중인가봐요

 

물론, 전공의들 사직으로 가장 피해보는건 우리 환자들이니까 너무 속상해요

그런데 화를 내더라도 화를 낼 대상을 제대로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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