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연구소가 있는 회사의 임원이예요
친구나 선후배도 전부 연구 쪽에 있는데 최근에 여기저기 곡소리 심심치 않게 들려왔는데 드디어 남편 회사에도 오늘 정부 지원 과제에 할당된 예산이 56% 삭감되었다고 연락왔다네요
의대 2000 증원도 단순한 의대생 증원이 아니라 이공계쪽 갈 학생들 다 빠져나가고 예산 줄여서 예상되는 이공계의 미래에 한숨과 탄식을 내뱉더니 오늘 이 일도 여파가 장난 아닐거라며 피부로 느껴지는 암담한 미래가 코앞인걸 알겠다고...
지금 하는 정부지원 과제는 작년에 돈을 받아서 하고 있는데 남편 회사 같은 경우는 회사가 커서 자체 예산이 있으니 필요하면 끌어다 쓸 수도 있고 그리 매력적이지 않으면 안해도 되는 옵션이라도 있어요
그리고 정부에서도 돈을 반이상 깎아버리면 원하는 결과를 내놓으라고 할 명분도 없어지니 그런 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지원과제를 메인으로 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곳들은 삭감되면 (한국 연구 쪽이 경제적으로 튼튼한 곳들이 사실 별로 없어요) 연구 성과가 문제가 아니라 회사 존페의 문제가 생기는거라 연구고 뭐고 없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답니다
게다가 이미 받아서 하고 있는 지원 과제들은 작년에 주어진 돈으로 한다고 쳐도 새로운 과제 선정은 돈이 없으니 할 수가 없으므로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 자체가 없어지는거예요
이건 작은 회사나 큰 회사나 개별 연구소나 다 마찬가지고요
연구를 못하는 연구소들이 생기고 이 나라에 새로운 연구가 점차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ㅠㅠ
연구소만 그럴까요?
아카데미아도 그럴텐데.. 결국 나라를 학문도 연구도 안되는 나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뜻인데 그렇게 해서 누가 이득을 보는 건가요?
대통령이나 정치인 몇명이 볼 이득이 아니고 이건 누군가의 큰 그림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애도 안 낳고, 자생할 힘과 능력이 떨어져버린, 그래서 외국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는 나라가 되면 그걸 노리는 나라에 넘겨줄 수 밖에 없겠죠
나라를 넘기는 댓가로 무언가를 받는 사람도 생길 것이고, 한국처럼 지정학적 위치의 매력과 강점을 노리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또다시 과거를 반복하게 되는 건가요?
일으켜 세우는데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해도 무너지는건 순식간이라더니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도가 아니라 이건 정부가 나서서 멀쩡한 다리를 잘라버리고 멀쩡한 건물들 폭파시키는 수준인데 앞날이 캄캄합니다
예산 다 줄여놓고 과학 대통령이니 R&D는 걱정 말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사람은 대체 왜 그러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