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늙어가면서 슬픈 것들...

아직 거울 보면 젊음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끈나시 원피스도 어울리고 가끔 아가씨란 얘기도 듣고,

겉으로 보기엔 아직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까지는 안 들어요. (이것 또한 대한민국 국민병인 동안병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는거예요)

 

그러나 늙음이 왜 슬픈지는 정말 생생히 느끼고 있어요.

 

아래글에서 쩝쩝거리는 할배들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그 할배들이 잘못했다기 보다는 노인혐오라는 생각을 전 먼저 했어요. 아마도 저 역시 늙어가면서 늙음의 슬픔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치아교정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 이에 음식물이 너무너무 잘 낍니다.

예전에는 아구찜이니 감자탕이니 아무 고민이나 걱정 없이 남자친구를 만나서도 먹고 그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음식 먹으면 이에 끼는게 고민이에요. 먹고 나서 거울보기 바쁘구요. 치실은 파우치에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닙니다. 노인들은 이에 끼니 쩝쩝거리면서 빼고, 이쑤시개를 쓰고 그러겠죠. 저는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하고, 이에 끼어도 참고, 얼른 화장실 가서 치실로 해결하고... 그러나 48에 벌써 이에 끼는 것으로 불편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는 저 역시 누가 보기엔 추한 노인이 되어갈테죠.

 

그리고 방귀가 참 큰 소리로 자주 나옵니다. 저는 특히 자고 일어나서 그런 증상이 있는데요. 남편이 새벽같이 운동을 나가서 참 다행인데... 그 시간에 정말 큰 소리로 자유롭게 방귀를 낍니다. 운동 안 나가는 날에는 불편할 정도예요. 몰래 베란다에 가서 끼곤 하죠.  담배도 안 피는데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요. 병원에 갔더니 국민의 10명 중 3명인가는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노화의 현상이라고 해요. 젊은 사람들이 개념있고, 나이들 사람이 개념없어서 가래침을 더 뱉는 건 아니겠죠. 그만큼 더 자주 끼니까 빈도가 높아지겠죠.

 

나이들면서 온 몸이 빨리 더러워지고, 낡고, 추해지는 걸 느껴요. 지금은 최대한 가리고, 참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아직은 젊어서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면 모를까, 매일 같이 밥 먹고 붙어 있는 가족에게 숨기는 건 더 힘든 일일테죠. 그러다보니 언젠가는 노인이란 존재는 같이 밥을 먹어도 짜증나고, 아침에 같이 있어도 짜증나고, 커피숍에서 보면 멀리 떨어져 앉고 싶은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이해와 연민조차 제가 늙음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것이죠. 이 전에는 방귀끼고, 쩝쩝거리고, 가래침을 뱉는 중년과 노년들이 마냥 싫었던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하루하루 더 늙어갈 텐데 늙는다는 건 슬픕니다. 사는게 행복해서 오래 살고 싶을 때도 있는데, 늙는 게 너무 슬퍼서 절대 오래 살면 안된다는 생각도 해봐요. 어쨌든 전 늙어가면서 노인에 대해 연민이나 이해는 늘어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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