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가 정말 불효를 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제 50에 들어선 중년입니다.

친정은 광역시에 계시고 저는 1시간거리의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저희집이 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이 여러채 있었고,  집안에 자개 장농이나 그러한 소품들 덕분이었지요.

그렇지만, 저희 부모님은 자식들한테 무한정 베풀어주시는 분은 아니었어요.

정기적으로 받는 학습지를 구독하기 위해서는 학습계획서를 제출해서 내야했고,

독서실을 다닌다던가 할 때도 많이 눈치를 보며 지원을 받았습니다.

재수 학원에 다니는 비용이 아까우니 절대로 재수를 하지 말라고 해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학교로 하향 지원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들었던 말이 '이렇게 아껴서 다 너네들 줄꺼다'라는 말이었죠..

거기에 세뇌를 당했던 것인지 저희 형제는 아무도 부모님께 반항을 한다거나 부모님과 다른 뜻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자란것 같아요.

 

어쨌든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들도 따로 장부에 적어놓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잘보이기 위해서(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노력했었지요.

 

작년에 남편이 하던 장사가 갑자기 어려워졌어요.

어쩌면 이럴수 있지, 온 우주가 나를 죽으라고 괴롭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일들이 꼬이더라구요. 

교통사고도 자꾸 나고(사고 날만한 장소도 아닌데), 다른 것들은 견딜만한데

돈이 꼬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이거막으면 저기서 터지고....

카드, 보험, 마이너스 통장 다 돌려가면서 겨우겨우 해결하려고 했지만, 한계에 부딪치더군요

이런 일들이 일년가까이 계속되니까, 남편도 번아웃이 온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네요.

밤에 자다 일어나서 집안을 돌아다니고, 뉴스만 켜놓고 멍하니 쇼파에 앉아있고,

이제까지 여행 한 번 안다니고, 아둥바둥 살아왔는데 뭔가 모를 꼬임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더라구요. 

 

제가 보다 못해서 친정엄마한테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어요.

10년전에 친정아버지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모든 돈 관리는 엄마가 하셨어요.

돌아가신 아버지 명의로 부동산이 다 되어 있어요.. 그래야 엄마가 관리하기 편하다고 하시더군요.

아버지 재산이 모아지기까지 엄마의 노력도 상당했기 때문에 저희는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내왔어요. 저희도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하지만, 50평생 처음으로 느낀 위기감에 부득이하게 친정엄마게 돈 부탁을 했어요.

지금가진 현금이 없다고 하시길래, 엄마 집을 담보로 1억만 좀 빌려달라고 했어요..

2년만 쓰고 갚겠다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왜 내 재산을 담보로 해야하냐"며... 

저한테 천하의 불효녀라고 하네요..

 

제가 사치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 흔한 명품도 하나 없구요. 애들 데리고 종종 거리며 직장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삶이 생각하는대로 안 되더라구요.

50이 되면 인생이 조금 평안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나이에 이런 폭풍우를 만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어요..

 

지금은 제 가정의 어려움도 힘들지만,

친정엄마에게 천하의 불효녀이고, 부모의 재산의 노리는 나쁜 딸이라고 욕 하는 것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네요..

 

정말 제가 잘못하고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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