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게 참 와닿았는데.
내가 진짜 원해서 어떤걸 하는게 아니라
남들이 저게 다 좋다고 하고 멋지다고 하고 욕망하니까 (예를들면 명품가방이라고 칩시다)
내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저 명품가방이 너무 예뻐보이고 사고싶은게 아닌데
SNS 등 여러 매체에서 명품 명품 하니까
괜히 나도 가지고싶고, 가져야될 것 같고, 그런 타인의 욕망이 나한테 스며드는걸 인지하지도 못하고 내가 욕망한다고 착각하면서 탐하게 되는
그런 현상이 있잖아요
제가 최근에 느낀건
저런 욕망뿐만 아니라 타인의 분노까지 가져오게 되는 느낌이에요
예를들면 커뮤니티에서 여러 사연이 많이 올라오잖아요
흔하고 사소한 사연들
친구간에 식사후 더치페이 문제, 최근 화제였던 친척 및 조카들 설 용돈문제,
남편과 다툰 문제, 직장동료가 이랬는데 이거 괜찮은거냐 등등..
그런걸 자꾸 보다보면 학습이 되는거 같아요
학습이라기보단 세뇌랄까
이런상황은 부당한거다.
이런상황에선 반드시 화를 내야한다. 화내지 않으면 넌 멍청하고 호구인거다.
이런상황에서 넌 반드시 저사람을 손절해야한다.
이런걸 자꾸 읽고 주입받다보면 특정 상황에서의 감정이나 반응까지 같이 학습이 되는거 같거든요.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많은 문제들은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것'인 경우도 많잖아요.
같은 상황이라도 누구는 전혀 아무렇지 않을 수 있고 누구는 화가 날 수 있잖아요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격 차이일 수도 있고
또 그 사소한 상황들이 다 비슷한것 같지만 다 다르잖아요
말의 뉘앙스나 맥락, 갈등을 겪는 사람간의 평소 누적된 관계, 말이 나오게 된 배경, 분위기..
댓글러들은 이런걸 알 방법이 없으니 단편적인 사건만, 그것도 한쪽에서 재구성해서 말해주는 정보만 듣고 답을 해줄 수밖에 없는데
또 익명이니 아무 책임감 없이 툭툭 내뱉는 댓글도 많고 극단적인 댓글 다는 경우도 많은데
걸러 듣는다고 듣지만 사람이 컴퓨터도 아닌데 댓글들을 읽다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사실 나는 괜찮은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들 이 상황은 화가 나야하는 상황이라고 하네..? 어, 듣다보니 내가 화를 내야하는거네. 화가난다!] 이런 흐름이랄까요
제가 귀가 얇은편이고 자존감이 높지 않아서 그런지
종일 틈틈이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하다보니 스스로가 좀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걸 돈 가치로 환산해보게 된다든지 - 가족간의 사랑, 효도, 우정 등
각종 집단,지역간의 혐오라든지 - 평소 전혀 인지하지도 못했던 부분인데 타인에 의해 싫은점을 각성하고 나면 자꾸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옴
남의 말이나 행동을 자꾸 평가하게 된다든지, 저 행동의 속뜻은 ~~가 아닐까 하고 지레짐작 한다든지
이런것들이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 흘러들어와서 내재되고, 부정적인 생각이 쌓이고, 표출되기도 하고 그런거 같아요.
물론 장점도 있겠습니다. 실례인줄도 모르고 하던 행동들을 커뮤에서 보고는 아 저렇게 하면 안되는구나 사람들이 싫어하는구나 하고 학습되는 효과도 일부 있겠죠
자존감과 자아가 단단해서 영향 안받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영향을 받는거 같아서.. 자꾸 사람이 이상해지는 기분이 든달까..
커뮤니티나 SNS를 완전히 끊어보면 괜찮아질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끊는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한두달, 혹은 몇달 끊는다고 정상화(?)될까 어차피 평생 끊을 수 있는것도 아닌것 같은데..싶고..
SNS는 원래 안하는데.. 제가 I성향에다 갑작스런 타지역 이사, 코로나, 이직 등 최근 신변 변화가 커서 정기적인 모임도 하나도 없고 친구도 없어요..사실 누구 만나는걸 원래도 별로 안좋아해요.
그러다보니 커뮤니티를 안하면 세상 소식도 모르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대화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없거든요.. ㅎ
끊으면 끊는대로 부작용이 있겠지요. .
혹시 비슷한 생각으로 끊어보신분 계실까 해서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