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내려갔더니
언니가 재첩국울 한통 싸주더라고요. 그거 먹으며 기억이 났어요.
저 78년생 마산 출신이고
저 어릴 때 재첩국 팔며 돌아다니는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새벽에 동네에 은근히 울리던
재첩국 사이소 재첩국.
이분은 소리만 듣고 제가 직접 영접한 일은 없었던듯 어디에 담아 어떻게 파셨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 소리를 들은 뒤 가끔 밥상에 올라오던 재첩국과 그 색은 기억이 나고요. 어린맘에도 새벽안개같은 색이다(어린게 새벽안개라는 말은 어디서 또 주워들었을까요) 거기에 잘게 쫑쫑 썰어 띄운 부추에서 번저가던 투명한 초록의 색. 순한맛의 국이어서 어릴때 좋아했는데 또 먹으니 반갑네요.
몽고간장 할아버지도 있었어요.
마산에 몽고정이라고 고려시대 공골침입때 몽고인이 팠다고 전해지는 우물이 있고 거기서 길은 물로 간장을 담근다고해서 몽고간장.
마산사람들은 진간장이면 다 몽고간장이라고 했어요. (저희집안만 그랬을지도...)
국간장은 집에서 담아먹지만 진간장은 사다 먹는데 우리동네엔 자전거의 짐받이칸에 진간장이 든 하얀 말통을 싣고 다니며 몽고간장을 파는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정종병같이 생긴 소주 댓병(유리병)을 들고나가면 손펌프(한쪽은 단단하고 매끈한 대롱, 한쪽은 굽어지는 자바라 형식의 대롱이 달라고 중간에 쥐었다 놨다 하는 빨간 공기통 같은 게 있는) 로 댓병에 간장을 담아 주셨죠.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
빨간 고무다라이에 생선을 담아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던 생선 아줌마도 있었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도다리 사이소 도다리. 도다리 부르면 대답한다. 도다리 사이소.
아마 ㅎㅎ 도다리가 부르면 대답할만큼 싱싱하다는 말이었을텐데, 저는 그때 도다리라는 생선은 구관조(마산 앞바다 돝섬유원지에 말을 잘하기로 소문난 구관조가 유명했거든요)처럼 말을 할 줄 아는 생선인가보다. 했어요. 아주, 꽤 오랫동안 ㅋ 말을 할 줄 아는 생선이 하나 있다고 믿었더랬죠 ㅎㅎㅎ
그 외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묵공장(오뎅공장)이 있어서 새벽에 어묵이 나올때쯤 가면 제조 과정에서 모양이 망가져 상품가치가 없는 어묵을 싸게 사올 수 있었어요. 누런 종이에 둘둘싸서 사오던 기억도 있어요. (상품가치가 없어 근처에 싸게 팔았을 거라는 건 성인이 된 이후의 추측이구요. 실은 온전한 걸 중간 판매과정 및 포장이 생략되어 싸게 판 것일 수도)
전 오히려 두부장수의 딸랑거리는 종소리라든가 찹쌀떡 메밀묵의 기억은 없어요. 그건 20살 이후 서울서 첨 들었거나 tv 에서 봤어요.
다른 분들 동네엔 어떤 행상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