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그냥 명절 시어머니 얘기... 저도..

명절엔 역시 시가와 친정 얘기가 핫토픽! 

 

몇 해 전 혼자되신 시어머님, 

어머님 혼자 되시고는 명절에는 시간 잡아 큰형님네랑 밥 한끼만 같이 먹어요. 

음식하지 않구요 서로 사올 수 있는 거 사와서 한끼 딱 먹고 헤어져요. 

근처에 살아서 남편이 애데리고 어머님을 일주일에 두 번은 뵈러 가고 얘기하고 식사하고 오거든요. 

 

어제 어머님이 점심 약속 시간을 헷갈리셨는지 왜 안오냐고 전화하셨길래 남편이 몇시다~ 다시 정정해주면서, 큰형이 원래 피자 사오기로 했는데(어머님이 피자 잘 드시는 편이라) 문 여는데가 없다며, 떡국 끓이게 준비해온다더라~ 말했거든요. 그러자 어머님이 갑자기 "떡국을 생각했으면 아침에 와서 끓이든가 해야지!! 해오지 마라해라! 너네나 끓여먹어라!" 팩~ 하시더니만 내 처지가 서러워서 눈물이 나고 어쩌고... 울먹이시는 거에요.

남편은 황당하기도 하고 이런 거 때문에 워낙 스트레스 받아서 전화 끊고나서 씩씩대더라구요. 

 

이렇게 모이기로 해놓고 가면 저희 어머님은 아~무것도 안 하세요.  

평상 시 머무는 방 하나에는 장판 켜고 사니까 집이 추운데 우리가 가서 직접 보일러 온도도 높여야해요. 좀 미리 켜두면 좋잖아요. 보일러 꺼놓으면 터져서 수리비 더 들어가니까 좀 최저온도로라도 해두시라 하면 "내가 돈이 어딨냐!!! 가스비가 십만원이나 나왔다!!!" 팩~ 하시고. 

밥은 해뒀다. 하시는데 딱 밥만 해두세요. 정말 아~~~무것도 준비 안 하세요. 

조카들이 용돈주고 큰 며느리가 용돈 드리니 그제야 얼굴이 좀 편안해지세요. 

손주들 자식들 모여서 얘기하는 거에는 관심도 없고 당신이 어디 아픈 거, 당신 얘기 할 타이밍만 보고 있다가 툭툭 끊고 들어오셔요. 

 

어머님도 여든이 넘으셨으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도 이해가 되고, 명절에 내내 벅적거리지 않고 혼자 있는 것도 외로우신 것도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좀 착잡하더라구요 마음이. 

제가 꼭 챙김받아야겠다는 건 아닌데, 자식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에는 관심이 별로 없으셔서 그런가 남편이 좀 불쌍해지기도 해요. 자식들 걱정은 걱정은 엄청 하세요. 울면서 걱정하세요. 별 거 아닌 거에됴. 근데 걱정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엄마의 걱정을 받아주느라 남편은 오히려 더 힘들죠.  ㅎㅎㅎ

결혼 초기만 해도 그저 '우리 엄마 넘 불쌍해' 모드였던 남편이 저랑 얘기도 많이 나누고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니 엄마가 얼마나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모드로만 살아왔는지, 그 과정에서 자기는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깨닫게 되니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래도 엄마챙기기는 해야겠고 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힘들어하더라구요. 

평생 그리 살아오셨으니 바꾸기도 어렵고. 그거에 반응하느라 애쓰는 딸같은 둘째아들은 힘들고. 그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애잔하고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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