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동생이 먼저 결혼해서 제가 뒤늦게 이 가족에 합류했어요. 동서가 저보다 나이도 많고 지내고 보니 샘도 많아요. 집사고 차 바꾸고 아이 학교 보내는 거 옷 입히는 거까지 뒤에서 부들부들 떤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어요. 저희 집은 자매들이라 그런지 좋은 일 있으면 모두 내일같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데 (형부들 집안 경사까지도, 결국 언니한테 좋은 일이니까요) 시댁은 사소한 기쁨도 시샘이 되니 그 이후로는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습니다. 어머니 통해 전달되면 할 수 없다 이런 이런 입장.
어머니가 작년에 병환으로 입원하시는 일이 생겼어요. 퇴원하시는 즈음에 명절이 있어서 할 수 없이 그 해에 제가 제사를 주관했습니다. 시댁식구들 모두 저희 집에 모이구요. 다음 명절 때는 어머님 괜찮아지셨으니 당연히 제사는 시댁에서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동서가 나서서 제사는 옮기는 거 아니다. 한 번 제사 가져갔으면 계속 그 집에서 지내는 거다 하는 거예요. 어머님도 슬쩍 동조하시는 눈치. 처음 듣는 얘기인데 어머님까지 반대하지 않으시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저한테 제사 부담을 안겨 주고 싶은 동서의 큰그림인게 너무 티가 났는데 저는 사실 요리를 좋아해서 1년에 3번 있는 제사가 큰 부담은 아니라 쿨하게 오케이했습니다.
대신 제사 음식은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통보하고
하루전에 미리 와서 같이 음식하는 거 금지. 당일날 새벽에 와서 제사 지내고 아침 맛있게 먹고 새배드리고 점심 전에 각자 집으로 (나도 친정으로) 갈 것. 이라는 룰을 정했구요. 불만들이 있겠으나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상황.
어머님이 냉동고 가득 차게 음식하시는 거 대폭 줄이고 (냉동고에 전이랑 만두 폭탄 제거) 당일 날 식구들 맛있게 먹을만큼만 하는 걸로 했습니다. 식으면 맛없는거 락앤락에 잔뜩 담아주시는 거 큰 고통이었는데 해방이구요. 남는 거 거의 없으니 제사비도 확 줄었습니다. 노동시간은 말할 것도 없구요.
올해도 명절 당일날 아침 먹고 모두 돌아갔구요. 친정은 월요일에 외식하기로 해서 이틀동안 우리 식구들이랑 영화보고 맛집가고 편온한 명절 보내고 있어요.
동서는 처음에 나물을 해 오길래 아무것도 해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빈손으로 오는데 그 마음은 편안한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