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1월1일 새해 결심이 베지터리언이 되는 거라고 했다고 푸념글을 올렸었는데요. 저는 두부 좋아해서 두부랑 김치만 매일 먹어도 괜찮은데 중딩 아들은 고기 없으면 밥 많이 안 먹거든요. 지금 한창 많이 먹고 키 클 땐데 말이죠.
베지터리언을 위해 설날 음식을 하려니, 참, 고기 빼면 뭘 하나 난감하더라고요. 더군다나 오랜만에 주말에 친구 부부를 초대했는데 더 웃긴 건 그 친구네도 올해부터 베지터리언이 되기로 했대요. 남편과 같은 이유, 동물들이 불쌍해서요.
하, 그럼 떡국은, 저는 보통 갈비탕 국물에 끓이는 게 제일 맛있던데 그건 물 건너 갔죠. 멸치 육수에 끓여본 적 없는데 그렇게 해야할 것 같고. 갈비찜같은 고기요리 안 올리고요. 잡채는 고기빼고 버섯잡채 해야되겠죠. 전도 왠만한 건 다 고기가 들어가요. 동그랑땡, 깻잎전, 고추전 심지어 표고버섯전도요. 그냥 호박전, 가지전, 굴전이나 동태전 정도 생각하고요. 떡국에 만두도 못 넣겠네요. 삼색나물은 대보름날 하는 거 아닌가요. 동물이 불쌍해서 안 먹으면 생선도 움직이는 생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배추 겉절이에 액젓 넣는 것도 안 되지 않나. 우리 음식 채식만으로 차리는 거 은근히 힘드네요. 뭐가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