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지만 저희는 부부 둘이고 제사도 안 지내고 부모님들은 얼마전 만나뵈서 저희끼리 오붓하게 보내고 있어요
오늘도 아침먹고 동네 한바퀴 돌고 들어왔는데 엘베에서 내려서 집에 들어가려고 도어락 누르고 있는데 옆집 문 앞에 음식 한그릇이 눈에 들어왔어요
스텐 냉면그릇 같은 것에 약과, 산자, 전, 나물, 두부, 밥 두숟갈 정도, 고기 조각 등이 차곡차곡 담겨있고 그 옆에 얌전히 놓여있는 가득찬 소주잔... (들여다본게 아니라 한눈에 들어옴)
처음엔 저런 음식쓰레기를 그냥 밖에 두면 어떻해? 오늘 안으로 치우려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든 생각은 그러기엔 담긴 음식들이 너무 깨끗하고 입 안댄 것들이 종류별로 한가지씩 얌전히 쌓인 그릇이라 그냥 먹다버린 걸 모아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죠
그리고 소주잔은 무엇? 버리려면 내용물 버리고 잔은 씻어두든가 플라스틱이면 버리면 되는데 버리려고 내놓은 것 같지도 않고... 이 아파트가 고양이나 개가 드나드는 개인 주택도 아니고...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옆집에 천공 사는거 아냐?"라고 하는 통에 빵 터져서 웃고 말았네요
원래 그 집이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요
영어가 편한 젊은 부부에 어린 아이들, 일하는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거의 매일 드나들어서 애소리, 어른 소리, 강아지 소리가 계속 나는데 벌써 두달째 아무 소리가 안나요
그래서 어디 한두달살이하러 외국갔나? 했는데 뜬금없이 제사음식같은 모양새의 그릇과 소주잔이 왜??
제사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집인데 그 음식들은 뭘까요?
오늘 안으로 치우기는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