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이 좋아도 시가가 싫으니 정이 옅어지네요

남편은 월급은 적어도 정년보장 직장 성실히 다니고요.

연애때부터 성격도 취미도 가치관도 너무 잘 맞았어요.

애들에게도 중심 잘 잡고 자상한 아빠에요.

 

그런데 시가에 가면 그냥 시키는대로 예예 

말 잘 듣는 수동적인 한국 장남 그 자체에요.

 

우리집에선 청소 설거지 빨래개기 집안일 나눠하는,

아침밥 얻어먹으려고 결혼한거 아니라며

자기 밥은 알아서 챙겨먹으니 신경쓰지 말라는 사람이

시가에 가면 설거지도 안해요.

정확하게는 못하는 거죠, 첫명절에 시도하다가 

시어머니 발끈 화내고 뭐라 하셔서요.

 "여기 여자가 몇인데!!"

 

몇년은 일년에 시가에 열흘도 안 가니 참자 했고

몇년은 애가 어려서 핑계대고 멀다고 안 갔고

몇년은 시부모님 막말에 발길을 끊었고

그러다 집안 장례식, 결혼식때 만나게 되서

코로나 시국에 일년에 한번씩 시가에 내려갔어요.

역시 사람 바뀌지 않는다고...

대화할 때마다 묘하게 불편하고 힘들고

다녀오면 시부모님 닮은 얼굴인 남편도 싫어지네요.

 

남편이 좋은 사람이니 남편 보고 참았던 건데

이렇게 남편도 싫어지니까,

엄밀히 시가를 방치하는 남편의 방조도 분명하니까요.

애들 우리 가정만 보면 진짜 아쉬울게 없는데

제가 얼마나 더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 좋은 일만 하며 살 수 없는게 인생이지 싶어

버텨보았는데 다녀오면 남편까지 너무 싫어져요.

 

저도 직장 다니고 친정에서 주신 재산 있어서

별거나 이혼해도 제 앞가림은 할 수 있어요.

제 걱정은 중고등 아이들,

그리고 둘이 잘 사는 줄 아는 친정부모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감수하고 싶은 밤이네요.

명절 앞두니 머리가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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