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무심하면서 섬세하고, 둔하면서도 예민한.

 

저는 남동생이 둘 있어요.

엄마는 형제 없이 5자매에서 자라셨는데, 저희 남동생 키울때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다고 했어요.  남자라는 동물이 너무 이해가 안가서 힘들게 키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기질적으로 상남자인 아빠를 많이 닮았어요.ㅎ

조금 자라고 보니 남동생이 둘인 저는 초등때부터 남자아이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남자아이들을 아주 잘 다루는 K장녀이자 반장으로 학교에 소임을 다하고 다녔습니다.

 

여고에 갔을때 처음으로 조금 어색함을 느꼈었어요. 

뭔가 아이들은 늘 무리지어 다니는게 당연하고, 저도 무리가 없진 않았지만 그 타이가 느슨했으면 하는 입장에서 친구들을 서운하게도 하고 아주 미세한 갈등 같은 것도 있었어요. 다 제가 좀 무심해서 일어난 일들.. (편지답장을 안한다던가, 무조건적인 편들어주기가 없다던가) 저도 저 나름대로 섬세하고 예민한 구석이 있어서 어릴적부터 몸이나 정신이 불편한 친구들을 많이 돕고 지냈었는데, 소위말하는 소녀감성의 결들에 대해서 많이 무뎠기에 대학교까지는 갸우뚱 하는 포인트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학때는 과대표도 하고 관심분야 동아리도 하고 걸출하게(?) 혼자 잘 다녔습니다. 주변엔 늘 사람은 많았지만 사나이 우정같은 친구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아들 둘 낳고 키우는데 세상 편하고 행복합니다. 애들은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말 잘통하는 여자애들을 만나면 딸과 티키타카가 되는 즐거움이 뭔지 상상해보기도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정도는 아들아이들과도 잘 통하니까 아쉽지는 않아요.  확실히 성격이 이래서 그런가 남편에게 서운하고 아쉽고 이런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남편이 저에게 서운해 할때는 많아도... ^^; 

 

사회나와서, 

성인이 되어 사귀게 된 가까운 동료들, 아이친구엄마들 도 

여고때와 같은 서운함을 안겨주기에 서로 이해를 못하고 더 가까워지지 못하는 지점들도 있었고요.  (희한하게 자매 타이가 좋은 친구들과는 남매로 자란 친구들만큼 더 가까워지지 못함.. 제 주변은 다 K장녀고 남동생 혹은 오빠들 있더라고요.)

저의 편견도 있겠고, 자란 환경 탓도 있겠지만, 저에게 없는 자매 감성(?)이 저의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느낌..도 들고 그렇습니다.

 

시어머니는 2남5녀를 키우셨는데,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의 의사소통방식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10년정도 걸린것 같아요. 

말씀하시는 것도 좋아하고, 알고 싶은 것도 많으셔서 5자매와 하루종일 전화를 하시고

저는 한마디만해도 두어시간후에 모두가 다 알고있기 때문에.. 

때로는 피로감이 엄청나기도 하지만

근데 또 뭐 전 무디기때문에 그렇게 싫다거나 안맞아서 선긋고 이러지는 않고, 

저들은 저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구나. 하고 말았던 거 같아요. 

이제는 저도 크게 모나지않은 편안한 멤버 입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저희 엄마가 나이가 드셔서 전에 없던 노인들의 성향이 조금씩 보이시기 시작하는데 (노파심이라든지 고집스러움이라든지..) 어릴적 자매들끼리 가졌던 그 공감과 감정을 저에게 바라실때 제가 좀 버겁다는 것 입니다.

모든 할머니들이 그러지는 않으실텐데 아무튼 제가 요즘 엄마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저에대해 조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네요. 쓸데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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