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오늘따라 생각나는 아이

큰애가 돌때 갑자기 아파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었어요.

같이 있던 병실에 있던 항상 혼자 있던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돌된 아이기 귀여운지 기웃기웃하는 아이에게 말도 걸고 간식도 주고 했더니.. 계속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

5학년이라고 하는데 체구가 작았고, 왜 입원을 했냐니 머리가 아파서 했다고 하더군요.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몇번째라고.

원인은 모른다고.

 

착한 아이로 보였어요.

산책을 하면 따라오고 편의점을 가도 따라오고

몇번 얘기를 나눴는데.. 학교도 싫다하고..나쁜 아이는 아닌데..  집에 늘 혼자 있고... 아이가 얘기하는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며칠만에 나타난 엄마는 한눈에도 아이를 보듬어줄거 같지 않은 엄마였어요.

사는게 바빠보였던 모습.. 짧은시간 아이에게 화를 내던 모습

그때는 그엄마가 너무 좋게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돌된 아이가 딱 그때 그아이의 나이가 되고보니... 사는게 바쁜 와중 아무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다는 아이 걱정되는 마음과 속이 타는 마음에 그 엄마는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그때 그 아이는 제가 그렇게 느낀걸 알았던건지..

아니면 제가 졸졸 따라오는 아이에게 몇번 거절의 의사..(검사하러 간다거나 면회가 있다거나 하거나... 제 심경이 복잡할 때  )를 보였더니 눈치빠를 그 아이는 따라다니는  횟수가  줄어들고 저희는 먼저 퇴원을 했어요.

 

그 후로 가끔씩 그아이가 생각나요.

그리고 제 인간적 한계를 저 스스로도 실감하구요.

좋은 사람인척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상대가 아이라도 선을 긋는 제 모습을 보게 되네요.

 

10년전 일이니 그 아이는 20대 청년이 돼 있겠죠.

그때 좀 더 따뜻하게... 그 아이가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게 해줬은면 좋았을걸.

그냥 그 아이가 겪었을 곁을 주지 않던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고.. 제가 좋은 사람이라 그런게 아니고... 그냥 후회돼요.

그때 그 아이는 나름 힘들어 보였거든요.

그냥 좀 더 따뜻한 어른이 되어줄걸.

미안한 마음...

 

아픈거 없이 잘 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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