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감정쓰레기통으로 산지 40년.
30살 즈음에 심리상담받으며 엄마에게 좋게좋게 하소연 화풀이좀 그만해달라했는데 그닥 효과가 없었어요. 어렸을때부터 엄마 화풀이, 신경질에 힘들었었다 고백했더니, 저한테 하던 첫 말이,
'그래서 뭘 어쩌라고. 잊어야지, 그런거 하나하나 기억하면 너만 힘들지, 지나간 일인데 잊어라' 했었었죠. 엄마라는 사람에게 진정으로 한번이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기대했던 제가 바보였죠.
그나마 몇년 후 제가 외국으로 나오는 바람에 조금 나아졌었어요. 시차때문에 예전만큼 연락을 자주 안하니 좀 살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그 버릇은 절대 못고치고, 어쩌다 한번 전화하면 제 건강이나 생활을 묻기보다는, 그동안 참았던거 퍼붓듯이 숨넘어가듯이 하는 남욕, 가족욕에 엄마랑 전화만 했다하면 정신이 다 아찔할 지경이었죠.
얼마전에도 전화했더니 늘 그렇듯 하소연, 화풀이 또 시작이길래 내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냐, 그만좀 해달라, 내가 내일모레면 나이가 오십인데 아직도 나에게 이러냐, 어떻게 전화할때마다 남욕, 가족욕만 하냐했더니 난리난리치며, 네 싸가지가 어쩌고, 감히 부모 무시한다부터, 무슨 말을 하기 무섭다, 넌 너무 예민하다는둥, 드라마퀸처럼 제가 한 말들을 온갖 과장해서 부풀리더니 전화를 끊더라고요. 그 이후로 두달간 연락 안하고 있는데요.
전 마음이 편하면서도 안편하네요. 신년인사도 물론 안했고요. 남편은 그냥 무덤덤하게 먼저 문자를 보내서 그냥 덤덤한 관계라도 이어가라고 하는데, 제 마음은 별로 연락하고 싶지가 않고, 당장 엄마가 돌아가셔도 눈물도 별로 안날 것 같은 심정이에요. 어렸을때 그리 방치하고 정서적 물리적으로 학대하더니, 늙어서는 자신의 친구, 엄마처럼 자기를 보듬아주기를 바라는게 너무 이해가 안가요...
근데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이러고 지내야하나 싶기도 하고. 남편말대로 문자를 보내서라도 피상적인 관계를 유지해야하나싶기도 하네요. 아니면 영영 정말 인연끊고 아빠랑도 이렇게 인연이 끊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아빠는 물론 무조건 엄마편입니다.
아.. 부모가 어쩜 평생 마음의 짐인지.. 제 우울증이 구할은 엄마라는 사람으로부터 왔네요.
이 길을 겪으신 분들 조언좀 주실 수 있을까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그냥 팽팽하게 엄마란 사람이 저러건 말건 1,2,3년 그냥 냅둬봐야하는건지...
이미 유튜브, 책, 법륜스님 글 영상 다 봤는데도 답답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