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제도 ( 투개표 시스템 ) 가 부럽다고 ?
2024.01.15.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나자 , 그 결과가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대만의 선거제도 ( 투개표 시스템 ) 에 우리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 투표소 현장에서 바로 개표가 진행되고 바를 正를 써가며 일일이 투표지를 수개표하는 장면이 국민들에게 새롭게 보인 모양이다 .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대만의 투개표 시스템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사전투표도 없이 수개표를 해서 부정시비를 없애자고 주장하며 대만 선거에 한껏 고무되어 있다 . 심지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대만이 수개표로 5 시간 만에 결과를 내는 것을 부러워하는 실정이다 . 마치 대만의 선거제도 ( 투개표시스템 ) 가 최선의 제도인 것처럼 언론들도 떠들고 있다 .
그런데 과연 그럴까 ?
결론부터 말하면 , 대만의 선거제도 ( 투개표 시스템 ) 는 국민들의 선거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며 , 심지어 형평성이 결여된 반민주적인 부분이 있어 후진적인 것이다 . 절대 우리나라에 도입되어서는 안 되는 선거제도 ( 투개표 시스템 ) 이다 .
우리나라가 대만의 투개표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다고 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서 과연 이들은 생각이나 해 보았을까 ? 만약 어떤 정권이나 정당이 대만 투개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그 정권과 정당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에 필자는 100 원을 건다 .
대만은 사전투표 , 부재자투표 , 재외국민투표 , 거소투표 , 선상투표를 시행하지 않고 오로지 선거당일투표만 실시한다 . 그리고 투표는 호적지에서 해야 한다 . 투표는 오전 8 시에 시작해 오후 4 시에 완료된다 . 개표는 투표가 끝나고 곧바로 투표소 현장에서 수개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
우리나라에서 사전투표 ( 부재자투표 ) 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 전방에 있는 국군 장병들은 선거를 하기 위해 초소를 떠나 각자의 고향으로 가야 한다 . 장병들의 투표를 위해 선거당일 모든 장병들에게 휴가를 주어야 한다 . 이게 가능한가 ?
서울 소재의 대학을 다니는 지방 출신 학생들이 투표를 위해 KTX 나 고속버스 예매 전쟁을 치르고 시간을 내어 투표하러 고향으로 갈까 ? 지방에서 근무하는 서울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들 중에 투표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상경해서 투표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
3 교대 근무자들은 근무시간이 투표시간과 겹쳐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 오전 (day, 갑반 ) 근무자들은 오후 3 시에 교대를 하게 되는데 , 투표마감시간 오후 4 시까지 투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몸이 불편해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은 아예 투표를 포기해야 하며 , 선상에서 근무하는 선원들도 투표를 할 수 없다 .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국군장병들이 자신의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 지방 출신의 대학생들 , 주민등록지와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사람들 , 3 교대 근무자들이나 선거일투표시간에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 , 몸이 불편한 사람들 , 선상에 근무하는 사람들 , 선거당일 결혼식 등 행사가 있는 사람들 등은 대만과 같은 선거제도 하에서는 자신의 선거권을 포기해야 한다 . 이게 선진적이고 민주적이며 , 국민의 선거권을 신장해 주는 것인가 ?
대만이 재외국민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 대만의 재외국민 30 만 명 중에 16 만 명이 중국 본토에 거주한다 . 중국의 개입을 우려해 재외국민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다 . 우리나라도 재외국민의 절반이 북한에 거주하고 있다면 당연히 재외국민투표 실시를 재고할 것이다 .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 투개표 시스템 ) 는 대만보다 훨씬 국민들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선거권 행사하는데 편의를 제공하고 있어 대만이 차후 우리의 선거제도 ( 투개표 시스템 ) 를 도입해 가야 하는 것이지 , 우리나라가 대만처럼 하는 것은 퇴행하는 것이다 .
대만이 투표소 현장에서 바로 개표를 하고 개표분류기나 계수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수개표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 그게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 남들이 하는 것을 멀리서 보면 희극으로 보이겠지만 , 실제 우리가 하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된다 .
우리나라에서 대만 방식의 투개표를 하면 어떻게 될까 ?
먼저 우리나라와 대만을 비교해 보자 .
우리나라 면적은 100,401km2, 대만은 36,197km2 로 우리나라가 대만보다 2.8 배 넓다 .
우리나라의 인구는 51,751 천명 , 대만은 23,950 천명이며 선거인수는 우리나라는 44,197 천명 , 대만은 19,409 천명으로 우리나라가 2.3 배 정도 많다 . 대만의 이번 16 대 총통 선거에 참여한 투표자는 13,947 천명이었고 , 우리나라의 2022 년 20 대 대선에 참여한 투표자는 34,067 천명이었으며 , 선거당일 투표소 수는 대만이 17,794 곳 , 우리나라는 14,464 곳이었다 . 투표소당 평균 투표자 수는 대만이 784 명 , 우리나라는 2,355 명이었다 . 개표장은 대만이 17,794 개소 , 우리나라는 251 개소로 개표소당 투표 ( 개표 ) 수가 대만은 784, 우리나라는 158,455 였다 . 대만은 개별 개표제이고 우리나라는 집중 개표제이다 .
자 , 이제 감이 좀 오는가 ?
대만이 왜 투표소에서 바로 개표를 할 수 있고 바를 正를 써가며 순전히 수개표를 진행할 수 있으며 , 개표 5 시간 만에 개표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이해가 가는가 ? 평균 784 투표수를 개표하면 되니까 투표소 현장에서 바로 수개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 784 장은 A4 복사지 박스 1 박스에 담을 수 있는 정도의 적은 량이다 . 일일이 투표지를 펼쳐 득표 후보를 호명하며 바를 正로 표기해도 득표판이 크지 않아도 되고 , 개표요원들의 집중력이 개표가 끝날 때까지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로 빨리 끝나고 ,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낮다 .
만약 우리나라가 투표소 현장에서 대만처럼 바로 개표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평균 2,355 투표수를 개표함으로 많이 개표하는 곳은 5,000 이 넘는 투표수를 개표해야 한다 . 대만처럼 바를 正을 써가며 개표하면 개표요원들이 개표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제대로 개표할 수 있을까 ? 지방선거의 경우 7 가지의 투표지가 있어 어떤 투표소는 개표를 35,000 이상을 순전히 수개표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 이럴 경우 , 제대로 개표가 되지도 않고 개표시간도 엄청 길어지게 된다 . 개표에 대한 각당의 이의 제기도 많아지고 부정이 개입할 여지도 더 생기게 된다 .
(4.15 총선 당시 비례대표후보 투표지는 길이가 48cm 가 되어 개표분류기를 사용하지 못해 순전히 수개표를 했는데 , 개표상황표가 누더기가 되었다 . 순전히 수개표를 하다 보니 오류가 너무 많이 발생해 2 차 , 3 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수정하는 바람에 개표상황표에 착오 정정 , 계수 정정 등의 표시가 많아진 것이다 .)
대만처럼 투표소를 더 만들어 투표소당 투표인 수 평균을 대만과 비슷하게 1 천 명 이하로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 그렇게 하려면 투표소를 43,400 개를 설치하고 개표도 43,400 곳에서 해야 한다 . 개표소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 전력 공급 이상에 대비한 설비도 갖추어야 한다 . 개표에 필요한 비품들도 구비해야 하며 , 개표관리 위원장과 관리위원 , 개표사무원이 동원되어야 하며 , 각당의 개표 참관인이 참관해야 한다 . 1 개표소당 20 명의 경찰 , 소방 , 개표사무원 , 개표참관인 , 개표위원들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개표업무에 868,000 명이 동원되어야 한다 .
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에 43,400 개소의 투표소 및 개표소를 설치하고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비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커진다 .
국민들의 선거권 ( 참정권 ) 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투표나 부재자투표가 필요하다면 어차피 이들 투표함 ( 투표지 ) 은 선관위에서 보관하다가 개표장으로 옮겨야 한다 . 대만처럼 투표소에서 개표를 하게 되면 사전투표함 ( 투표지 ) 은 각각의 투표소로 이송시켜야 하는데 ,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송과정의 보안위험이 더 커지고 감시가 힘들어지며 경호 및 보안인력이 더 필요하게 된다 .
대만은 사전투표 , 재외국민투표가 없기 때문에 선거 당일은 열차 , 고속버스 예매전쟁이 일어나고 교통편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시간을 맞추지 못해 투표를 못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한다고 한다 . 재외국민들 중에는 투표를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투표하러 오는 국민들도 있다고 한다 . 투표를 하기 위해 국민들이 치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
대만의 선거제도는 경제적으로 열악하거나 시간에 여유가 없는 하위 계층의 사람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해 형평성 ( 공정성 ) 이 결여된다고 볼 수 있다 .
국민들이 경제적 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투표를 편리하게 하여 국민들의 참정권 행사에 도움을 주고 비용도 줄이고 , 부정의 개입 여지도 줄이는 우리나라의 선거제도가 대만보다 훨씬 나은 것이 아닌가 ?
도대체 대만의 선거제도가 왜 좋다고 우리도 도입하자고 난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
PS1.
대만의 투표지를 유심히 보셨는가 ?
대만 투표지에는 투표관리관 도장도 없으며 , 일련번호도 없다 . 우리나라와 같이 청인은 있다 .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라면 기겁할 일이다 .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없다 .
일본도 청인은 있지만 투표관리관 도장과 일련번호는 없다 .
독일 , 프랑스 ,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아예 청인도 , 투표관리관 도장도 , 일련번호도 없다 . 필자는 아직 투표관리관 도장과 일련번호가 있는 투표지를 사용하는 국가를 찾지 못했다 . 우리나라와 같이 청인 , 투표관리관 도장 , 일련번호 (QR 코드 ) 를 다 찍는 국가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
PS2.
대만의 호적지는 자신이 태어난 곳을 의미한다 . 호적지는 자신의 고향이지만 , 호적지를 현 거주지로 옮길 수 있다 . 다만 자신의 소유의 주택일 경우 가능한 것이고 , 세입자 ( 임차인 ) 일 경우 자신의 거주지로 호적지를 옮기기 힘들다고 한다 . 소유주 ( 임대자 ) 가 동의하지 않으면 호적지를 세입지로 옮길 수 없는데 , 대부분의 경우 소유주 ( 임대자 ) 가 재산권 행사에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염려해 동의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