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폭행을 당했을 때 신체반응

제가 오래전에

겨울 아침 

두꺼운 책을 두팔로 가슴쪽으로 감싸서 들고 자취집 현관문을 나와서 

몇발짝 움직이자 마자

뒤에서 누군가가 한 팔로는 제 목을 두르고

다른 손으로 돌로 제 머리를 내리쳤거든요.

 

이 사람은 제가 기절하면 저를 끌고 갈 생각이었던듯해요.

하지만 진짜 운좋게 제가 돌을 맞고 기절하지 않았기에 

놀래서 도망가 버렸지만

 

제가 이 사람에게 당했다는 충격보다는

그 상황에서 제 신체 반응에 더 놀랬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요.

 

제가 머리를 맞고

그 순간부터 

목소리가 안나오고 다리는 움직일 수 있었지만

방향을 바꾸거나 달리거나 이런건 안되고

그냥 제자리 걸음만 되더라구요.

머리에 돌을 맞아서 아플텐데도 전~혀 아프다는 느낌이 안들었구요.

 

이런 신체상황이 5~10분 정도 지속되더라구요.

 

이걸 왜 쓰냐면

뉴스를 읽다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범죄드라마 "로앤오더SVU"의 주인공 벤슨 역에 하지테이 배우가

자기 성폭행 경험을 책을 냈다고 하더라구요.

거기에 저처럼 저런 신체적 상태에 대해서 썼고

그걸 정신의학자가 해석해 준 기사였는데

 

저것을 동결반응(freezing response)라고 하더라구요.

 

저런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도망가거나 소리 지르고 해야하는데 교간심경계에서

근육쪽으로가 아닌 이상한 쪽으로 혈액이 순환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외 영화에서 보면 도로에서 사슴이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는

그런것과 비슷하다고 해요.

 

그리고 인간은 폭력을 당하려고 하면 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반응하는것으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즉 부부싸움을 할 때

남편이 폭력을 행사했을때

때려봐~때려봐~하면서 맞서서 싸울것 같지만

인간진화적으로 맞지 않기 위해서 무릎꿇고 비는 방향으로 간다고 해요.

 

이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혹시 폭행을 당했을때

내가 왜 비굴하게 했을까?하면서 내 자신을 자책하고 나를 미워하고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는거죠.

그냥 인간진화상 자연스러운 형상이고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는데

소리지르고 대응 안했다고 해서 그 여성이 같이 즐겨놓고 나중에 고발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저 상황이 닥쳐오면

신체가 완전 동결반응을 일으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거든요.

그래서 대항하지 못하고 소리지르지 못하는데

왜 그렇게 안했냐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람이 혹시라도 있을까봐

 

폭력을 당할때 신체반응에 대해서 한번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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