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딸 하나 있는 집안의 둘째인 딸입니다.
부모님 두 분이 워낙 독립적인 분들이시라 자녀들에게 뭐 하나 부탁하신 적이 없으세요.
오히려 이것 저것 챙겨 주시는 스타일이세요.
우리 남매 셋 다 바빴어서 부모님 모시고 여행 한 번 제대로 간 적이 없었네요.
오빠네, 동생네는 지방에 있어요.
저는 몇 년 전쯤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커리어 포기하고 집에서 애들 케어하며 지내고 있어요.
제가 아프면서 부모님과 시간을 못 보냈던 것이 맘이 많이 아팠어서 몇 년 전부터 연락도 자주 하고, 함께 식사도 자주 하고, 장보러도 같이 가고 했어요. 최근 2-3년 전부터는 제사 고집하시는 아빠 때문에 등, 허리 다 굽으신 엄마 고생하시는 것이 마음이 아파 제사날 가서 음식 옮기고, 차리고, 정리 설거지 정도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두 며느리는 당연히 안 부르시고요.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는데... 최근에 아들이 대학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축하금을 많이 안 주실것 같다고 엄마가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그 때 까지만 해도 아빠 맘이시지요~라고 생각했는데... 저녁에 집에 와서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이전에도 오빠네랑 동생네는 이미 집 한 채 씩 증여를 하셨고, 현금 지원이 꽤 되고 있는것 같긴 했는데, 그닥 신경쓰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아빠 마음이 너무너무 서운하고, 나는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자식이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맘이 괴롭더라구요. 예전 같으면 그냥 삭이고 살았을텐데, 이번에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바로 부모님께 전화해서 너무 섭섭하다고 엉엉 울며 이야기 했어요. 아빠가 급 당황하시면서 요즘 내가 눈도 아프고, 귀도 안 들리고, 잠도 못 자고, 소변도 자주 보고, 어디 상가 세입자가 말썽이고... 내가 많이 힘들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 듣고 나니 또 제가 죄송한 마음도 들고 했는데... 전화 끊고 곰곰 생각해보니 아빠가 당황하셔서 변명을 죽~ 늘어놓으신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재산 분배로 싸우는거 보면 조금은 속물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제 일이 되고 보니 이게 부모의 사랑 표현으로 느껴지면서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더라구요. 82쿡에서 가끔 보던 그 글들이 바로 이런 상황이구나.. 싶고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 아빠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안 좋게 정리하고 싶지가 않아요.
지혜롭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아빠도 저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시지만, 아들들은 가장이라서 자꾸 도와주고 싶으신것 같아요.
돌아가신 후에는 1:1:1로 할거다라고 엄마가 말씀하시긴 했는데, 그건 그거고..
너무 섭섭해서 발길 끊을까 하다가, 그렇게 원망하지 말고, 지혜롭게 해결해보자 싶어 이곳에 도움을 청해요. 조만간 장사를 시작할 수도 있는데, 얼른 시작해서 사업 자금 좀 달라고 말씀드려볼까 싶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제 섭섭한 마음도 해결되고, 부모님과 좋은 관계는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